재미와 감동까지 갖춘 시간여행 입문서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미래정보역행금지법 (작가: 알렉산더,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0년 12월, 조회 88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판타지라는 장르에 어렵지 않게 접근합니다.

그 공은 ‘반지의 제왕’에 꽤 많은 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나름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저는 반지의 제왕을 다 읽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판타지라는 장르의 두꺼운 첫 페이지를 넘기게 해 준 건 일본 만화 ‘슬레이어즈’와 게임 ‘파이널 판타지’였습니다.

지금은 반지의 제왕도 시간 날 때(정신이 또렷할 때) 가끔씩 재도전하고는 합니다만, 역시 무엇이든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과 설렘은 쉽게 잊혀지지 않더군요. 지금도 가끔씩 변색된 책장을 펴 보곤 합니다.

 

시간 여행, 타임 리프 같은 장르는 SF의 여러 소분류 중에서도 접근하기 어려운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판타지 만큼이나 여러 작품들이 영화, 소설 등의 매체로 쏟아져 나왔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주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저에겐 뭔가 떠올리는 순간 편두통이 살짝 오기 시작하면서 접근하는 걸 주저하게 됩니다.

추리 소설의 트릭을 곱씹을 때 느껴지는 답답함 같은 거라고 할까요. ‘내가 작가님의 세계관과 스토리 라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문득 문득 들면서 진도가 쭉쭉 나가질 못하고 주춤거리게 되더라구요.

 

‘미래정보역행금지법’은 꽉 짜여진 시간의 계획표에서 한 줄만 어긋나도 온 우주가 붕괴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시간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투모로폰과 그 위에 있는 정치인들, 우주의 질서를 지키려 하는 시간 지킴이들과 틀을 깨부수려는 주사위단, 그 사이에 여러 이해 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들이 마치 로또 추첨중인 박스 안에서 공들이 여기저기로 튀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공이 나올 지 예측은 어렵습니다만, 내가 뽑은 번호가 담긴 종이 한 장을 들고 사방으로 튀는 공들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손이 땀으로 젖어 있지요.

이 작품 또한 여러 인물들이 부딪히고 박살나면서 자신의 이상을 향해 가는 과정을 적당한 긴장과 가슴 시원한 통쾌함을 느끼면서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접근이 어렵지 않다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마도 작가님이 세워둔 이야기의 뼈대가 워낙 탄탄해서인지 중간에 복잡한 설정집이 되어버리거나, 애매한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 없이 결말까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올해 읽어본 SF 작품 중에서는 최고라고 감히 엄지를 치켜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아직 하루가 남긴 했지만 일단 그렇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시간 여행 같은 주제의 중편 이상 작품 중에 추천할 만한 것 없어?’라고 묻는다면 이 작품을 추천할 예정입니다. 물론 브릿G의 독자 여러분들께도 권해드립니다.

가볍게 읽으셔도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고, 타임 패러독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는 기회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작가님의 건강과 광폭 집필을 기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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