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과 무협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니면 약간 모르는 단어들로 불편할 수 있습니다.(죄송합니다)
용문객잔에 대한 오마주이자, 작가님이 [음식남녀]를 모티브로 썼다고 하지만 전혀 아닌 것 같은(응?), 장강객잔에 대한 리뷰입니다.
제가 고딩때, 그러니까 98년경 몰래 뒷자리에 숨어서 교과서를 방패 삼아 몰래 읽었던 소설이 바로, [소오강호] 였습니다. 사실 무협소설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이 소오강호를 읽고 나서 바로 그 편견은 공중분해 되었습니다. 너무도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독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7권 완결이었는데, 너무 아쉬워서 눈물을 머금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았더랬죠.
이 소오강호의 작가가 김용 입니다. 김용은 중국 무협소설에 있어, 가히 신급으로 추앙받는데, 중국에서는 김용 문학을 연구하는 학과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감히 동양의 톨킨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대표작들이 바로 그 유명한 영웅문 3부작이죠.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그런데 제가 이 소설을 보게 된 이유는 바로 영화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본 [동방불패]와, [신 용문객잔]이라는 영화에 매력을 느껴 어렵사리 찾아보게 된 거죠. 동방불패야 워낙 유명하니까 다들 아시겠지만, 신용문객잔은 모르시는 분들도 꽤 있으 실 겁니다. 신용문객잔을 보신 분들이 가장 인상깊어 하는 건, 어마어마한 고수 공공(견자단!)이 한껏 요리사 따위에게 식칼로 뼈와 살이 분리되는 다리뼈 장면일 텐데요. ㅋㅋㅋ 저는 이 신용문객잔을 보며 객잔에 모인 고수들, 그리고 숨겨진 음모 라는 부분을 너무 인상 깊게 봤습니다. 매력적이잖아요. 얘는 어떤 고수일지, 이들은 어떤 싸움을 펼칠지, 객잔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릴지 등등.
맞아요. 하나의 한정 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너무 매력적입니다. 투닥투닥 대결 하기 전에 우리는 읽으면서 캐릭터 하나하나에 공감을 느끼고 응원하죠.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도 있고, 아 짱나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하는 미움받는 캐릭터도 있을 겁니다. 이게 바로 무협소설의 매력이 아닐까요? 내가 주인공에 꽂히면 그 주인공이 천하기예를 얻어 초고수가 되는 순간을 응원하고, 주인공을 방해하지만 묘하게 매력 있는 악당에 꽂히면(동사서독의 구양봉!) 안타까움에 지켜보다 개과천선 하는 부분에서 환호성을 지를 겁니다. (다시 구양봉!) 그리고 생각치도 못 한 고수의 출연에 열광하죠.
장강객잔은 관찰자 시점으로 주인공(?) 장삼이 보는 객잔에서의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천하에서 세 손가락에 꼽힌다는 개악당 탈명장 이규와, 그를 점혈법으로 제압한 정체불명의 고수, 그리고 이규를 돕는 그의 형제들(다 한가닥 하는 고수입니다), 장강객잔에 우연히 들린 무림 고수들. 이들이 모여 투닥투닥 쌈박질 하는 이야기. 결말이 아쉬울 정도로 작가님은 맛깔나게 글을 진행합니다. (절단 신공이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아쉬웠습니다. 자고로 무협 소설은 대결이 주가 되어야 하거늘!
본격적으로 개인 감상을 남길게요.
이 작품은 분명, 여러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작가님이 언급한 [음식남녀]와, 제가 위에 언급 한 [신용문객잔], 그리고 한정 된 공간에서의 불발 상황을 그린 [헤이트 풀8],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봐서는 [수호지] 도 떠오르고요. 남루한 주정뱅이가 나오는 걸 봐선 개방의 고수, 아리따운 황의여인의 용조공은 동사 황약사의 제자인 매초풍의 구음백골조, 어검술이 청성파(청성파가 가장 좋은 대우를 받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ㅋㅋㅋ)의 비기로도 나오죠. 이규와 그의 형제들은 하나의 사파 조직을 연상 시킵니다. 탈명파. 그리고 후반에 나오는 이규를 점혈법으로 제압 한 고수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전개로 진행됩니다.
만약 제가 말한 부분들을 다 이해하시는 분이라면,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무협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없다면 이 글이 지닌 값어치의 반도 못 보고 넘어가리라는 생각입니다. 아쉽습니다. (무협 소설을 읽은 분들은 이 장강객잔이 얼마나 반짝이는 글인지 아실 겁니다.)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읽으면서 만족하면서도 내심 약간이나마 아쉬웠던 점은, 후반에 보여주는 요리에 대한 부분입니다.
흥미있게 봤지만 이 글은 요리에 대한 글인가, 아니면 객잔에 휩싸인 암투와 대결에 대한 무협 소실인가에서 갈팡질팡 했습니다. 글의 정체성이 흔들렸다고나 할까요. 저는 후자를 기대했고, 글은 전자의 결말로 끝났습니다. 차라리 [음식남녀]보다 [식신]이 더 나았을지도? (요리에 관한 무공 대결은 충분히 표현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저런 부분을 떠나, 무협소설과 무협영화를 사랑하는 독자로서의 장강객잔의 재미는 훌륭합니다!
장삼에 대해 독자가 이입하게 되었을때, 영업이 끝난 객잔에 하나 둘 모여들며 그들을 살피는 장삼의 눈과 생각에 이입하게 되었을때, 글과 하나가 되는 기분. 이 글은 그걸 잘 이끌어줍니다. 주정뱅이가 들어오고, 황의 미인이 들어오고, 도사 둘이 들어오고, 이규가 들어올때 와 이들은 뭘까? 어떤 고수일까? 하는 호기심과 두근두근함이 잘 드러나게 만듭니다. 왜 이 천하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고수인 악당은 제압당했을까? 이들이랑 객잔의 고수들이 한 판 붙으면 어떻게 될까? 숨겨진 고수는 누굴까? 마치 고딩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소오강호를 처음 보면서, 영호충이 독고구검으로 무림 정파 고수들의 눈을 불구로 만들어 버리기 전, 이제 드디어 시작하는거야? 두근두근 하는 그런 느낌 말이죠. 아주 좋았습니다. 사심이지만 이화령도 그렇고 정말 매력적인 글을 잘 쓰십니다. ㅋㅋㅋ
묘사와 대사에 있어 반박을 논할 가치가 없다 봅니다. 이 소설은, 충분히 잘 썼고 재밌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이상, 장강객잔에 대한 리뷰였습니다. (분명
요리사의 무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