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쾌락주의자들이 발 딛고 사는 영토는 미식과 섹스의 두 영역 중 하나 이거나 둘의 교차 지점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 두 영역의 공통점에 대해 탐구한 많은 창작물이 있지만, 생각외로 여기에 탐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불쾌한 것들 (이를테면 공통으로 두 행위가 많은 분비물이 배출된다든지, 극단적인 경우 죽음에 맞닿아 있는 행위라는 것이라든지..) 에 대해 파고 들어간 창작물은 드문 것 같다.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이 절묘한 지점은 이러한 미식-섹스 하이브리드형 쾌락추구에 대해 딱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첫 장의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식사를 만들어 오는 아내의 집요한 성적 암시 (엉덩이를 들썩여 의자를 다시 고쳐 앉는다거나..) 부터 케이프타운 배경 묘사에서의 직접적인 생식기의 언급, 문제의 끝내주는 면 요리를 먹는 장면에서의 노골적인 성행위 (씹고 있는 면에서 새하얗고 끈적한.. ㅎㅎㅎㅎ) 메타포 , 그리고 일련의 행위에 대한 파멸적인 결과 (출산과 죽음)를 묘사하고 있는 태도가 딱 세련되게 냉정한 게 좋았다고나 할까?
(섹스 중독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게 무엇일까? 기생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절에 온갖 날고기에 탐닉하던 미식가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을까?)
어찌 보면 이런 쾌락추구 행위 묘사가 역겹고 불쾌하게 여겨지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관능적이고 매혹적이기도 한 것이 이 작품 최고의 성취가 아닐까 싶다.
(이런 지점에서 어느 정도는 J.G.발라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주인공이 최초로 문제의 면 요리를 먹는 장면은 근래 읽어본 음식 섭취 묘사 중 최고로 뽑고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어느 정도 쾌락탐닉형 인간으로서 ‘저 정도의 요리라면 살날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애써 찾아가서 먹어 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 까지 들 정도였다.
PS. 쓸데없는 궁금증이지만 이 작품은 테이스티 문학상의 ‘면’소재 공모에 출품이 되었을까?
적어도 나는 본 작품이 도시 전설 기반의 코스믹 호러 외연과는 무방하게 식문화와 면 요리에 대한 훌륭한 고찰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