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긴 장편 소설을 쓰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저도 가급적이면 다 읽고 리뷰를 다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려면 기본적으로 그 소설에 대한 강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제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일부만 읽었습니다.
장기에 훈수를 두는 사람처럼 그저 참견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한 마디 하고 가는 거라 생각하시고 마음 씀 없이 제 감상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실의 비정함과 무뚝뚝함, 반복의 굴레를 잘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쳐 지나갈 만한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어떻게 와닿는지 또는 왜 그런 현상이 일으키는 역겨움을 참으면서까지 우리는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또한 느껴졌습니다.
허나 아쉬운 점으로는 장점이기도 한 서사가 반대로 단점으로 작동하는 양면의 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문장의 구성을 보니 한결같이 일정하거나 높낮이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실을 꿰뚫는 만큼 현실에 압도되어 문장 또한 평탄하고 매끄러면서도 동시에 텁텁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문장을 읽지 않고 스쳐지나가도 현실의 반복이 각 문장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러한 느낌들은 각자가 차이가 있지만 비슷하게 겪었거나 낯설게 여길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흥미를 유발하기는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나 이 또한 뒤집어보면 장점으로 그저 스쳐지나는 풍경을 묘사하는 듯 하면서도 거기에 작가 특유의 감성을 담아 소설을 밀고 나간다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현실이라는 거대한 바다 속에서 살아있는 뭔가가 계속 꿈틀거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그 파동이 너무나 작아 안쓰러운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사랑을 갈구하며 육체가 멀쩡하지만 정신적으로 뭔가가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의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너무 늙어버려 다른 이에게 부탁을 하거나 그저 사라지는 게 전부인 노인의 모습 등이 인상깊게 와닿았습니다.
허나 등장인물의 시점이 어딘가 모르게 내면 속으로 매몰되어 있어 독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정확히 집어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현대소설을 쓰지 않는 입장으로서 딱히 뭔가를 더 보충하면 좋겠다, 어떻게 하시면 좋겠다는 선을 넘는 것 같고 그저 제가 추천드리고 싶거나 비슷하다는 느낌의 작품이 생각나서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인데 건조한 미장센을 잘 구현해낸 작품으로 작가님의 소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느라 고생하셨고 감상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