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이야기가 한 두 편 정도 더 필요해 보이는 서사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공간도둑 – 상 (작가: 권선영, 작품정보)
리뷰어: 사피엔스, 20년 11월, 조회 87

이야기는 주인공이 도로 한복판에서 종아리가 사라졌음을 깨닫고 황당해 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공간을 떼어서 훔쳐갔는데 하필 그 공간 안에 주인공의 종아리가 있었던 것이죠. 흥미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종아리를 찾기 위해 분주해지는데요, 그러다 의문의 전화를 받습니다. 주인공이 당한 일의 전말을 알고 있다고 그걸 알려준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를 만나기 위해 n구역으로 향합니다.

알고 보니 세상은 L, M ,n 으로 구역이 나뉘어 있었는데, L구역에 부유층, 기득권층이 살고 M과  n으로 갈수록 부도 권력도 약화되는 세상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박지리 작가님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작품이 떠올랐어요. 여기도 부과 권력에 따라 거주 구역이 나뉘어져 있거든요. 각 구역민 간의 계급 갈등을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주인공이 만난 남자는 M구역 출신의 사람으로 정보 관리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가 과거에 L구역에 대해 조사하다가 L구역의 수장인 한 노인에게 잡혀가 자신들을 조사하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음을 주인공에게 얘기해 줍니다. 노인의 이야기는 충격과 궤변으로 가득했는데요, 여기까지는 정말 흥미롭고 스릴이 고조되는 전개였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아쉬운 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노인이 한 말만 세 번 정도를 읽어봤는데 논리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만난 남자에게 그들이 한 파렴치한 짓까지는 파악이 됐습니다. 근데 그 뒤부터는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한 이야기라 자신들이 뭘 하려는 건지 뭘 했다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를 아래에 썼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러한 비밀을 주인공들의 노력으로 밝힌 게 아니라, 주인공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빌런이 먼저 나서서 자세하게 얘기를 해 줘서 알게됐다는 점도 아쉽네요. 음모라면서 왜 다 얘기해주는 거지? 그럼 더 이상 음모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얘기가 거기서 그냥 끝나버린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공간을 왜 훔쳐갔는가에 대해서 전 뭔가 더 거창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허탈했는데, 이건 작가님이 클리셰를 채택하느냐 마느냐의 자유이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그러한 허탈함에서 오히려 권력층의 비인간성이 더 돋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기-승-전으로 가다가 승과 전 사이에서 이야기가 끝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두 주인공이 L구역 노인을 상대로 뭔가를 해야 이야기가 완성될 것 같거든요. 지금 소설의 구조가 1. 주인공이 어떤 사고를 당한 뒤 한 남자를 만난다. 2. 그 남자는 다른 남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그걸 주인공한테 얘기해 준다. 3. 놀랍군. 단순히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이런 세상이 있습니다, 하는 묘사에서 끝나지 않고, 그래서 주인공이 여기에서 이런 일을 당했답니다, 그걸 해결하려고 이런 일들을 했답니다, 그 일의 과정은 이랬고 결말은 이랬답니다, 이런 서사를 읽고 싶어합니다. <공간 도둑>의 이야기속 세계관은 독특하고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 가는 힘이 뒤로 갈수록 약해진 것 같습니다.

이게 연작의 초반 일부였다면 이런 리뷰를 드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근데 상/하 두 편에서 끝인 것 같더라고요. 아마 작가님도 두 주인공의 모험을 염두에 두고 쓰신 거겠지요? 뒷 이야기를 기다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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