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감상입니다.
안드로이드의 감정, 정체성, 인권,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우정과 사랑, 그러한 감정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혼란, 인간성의 본질, 같은 주제에 대한 사견은 매도쿠라 님의 <생각의 결말>과 연여름 님의 <제 오류는 아주 심각한 것 같아요>의 리뷰에서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SF에서 너무 흔하고 식상한 소재라 개인적으로 관심이 안 가는 주제입니다. 굉장히 독특하게 잘 쓰지 않으면 그저 그런 작품으로 묻힐 가능성이 높은 주제죠.
여담이지만, 인간과 기계가 정을 나누는 게 그리 큰일인가? 그런 생각도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저희 부모님이 차를 바꾸시면서 오래 타신 헌 차를 팔게 됐는데 그 차를 떠나보내면서 엄마가 꽤 우셨습니다. 바퀴에 막걸리도 부어주시고(???) 작별 인사도 건네시고요. 저는 그런 감정이 자연스럽다 생각하는데(저도 엄마 얘기 들으면서 눈물이 찔끔했네요), 심지어 인공지능이면 인간과 비슷한 존재니까요. 그래서 이런 주제의 소설 속 인물들이 느끼는 혼란과 갈등이 확 와 닿지가 않습니다. 그냥 저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나 보다 할 뿐. 모 SF 수상작을 최근에 읽었더니 더 심해졌네요. 작품 소개도 안 보고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읽었는데요, 솔직한 평은 여기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그걸 읽고 나니 이 작품이 떠오르더라고요. 결말이 비슷해서인 것 같습니다.
결말은
안드로이드가 결국 인간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입니다.
하지만 제가 양 작품에서 느낀 감상은 차이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수상작에서는 어쩐지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억지라고 생각이 됐고요(그래서 좀 불쾌하기까지. 표면상의 주인공인 안드로이드가 스토리 내내 진짜 주인공인 인간들의 삶을 조명하는 도구로만 쓰이더니 끝까지 소설적 장치로써 이용만 당하는구나 이런 생각?), 반면 이 작품에서는 그 결말이 가슴 찡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한 마디로 개연성이 좋았다는 거죠. 조이라는 안드로이드의 주체성이 느껴져서 맘에 들었고요. 이름에서부터 조이가 주인공이 점이 드러나니까요.
조이와 로건이라는 두 지능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잘 묘사되어서 좋았습니다. SF장르의 관점에서 소재의 진부함이라는 문제를 차치하면, 스릴러 장르의 관점에서 충분히 매력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분량이 짧았다는 점이랄까요? 조이가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로맨스이니 로맨스 부분이 조금 더 자세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