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후배 중에 귀신을 보는 여자가 있었어요. 평소엔 평범한 여대생이었는데 어느날 친구들끼리 모인 곳에서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결코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았어요. 대부분은 무해하고 라벤더 빛을 내며 조용히 어슬렁거릴 뿐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20대 전부를 과학 공부와 연구에 투자한 과학도인 저는 저런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한밤에 거울 앞에서 블러디 메리를 여러 번 반복하기도 하고 일부러 빨간 펜으로 제 이름을 노트에 가득 쓴 적도 있을 만큼 미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너에 관하여”는 흥미로운 접근을 보여 줍니다. 귀신이나 다른 세상의 존재와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가던 이에게 귀신을 보는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죠. 저처럼 그런 존재엔 회의적인 사람은 아마 금방 룸메이트에게 감정이입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초반부에 드러나듯, 룸메이트에겐 무슨 일이 생긴게 분명하죠. 비생물적 존재 따위는 믿지 않았기에 룸메이트의 어깨에 올라타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런 존재들이 룸메이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걱정하게 돼요. 회의적이었기에 오히려 그런 존재들을 더 의식하게 되는거죠. 작가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굉장히 영리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소설 속의 주인공과 룸메이트의 관계를 스리슬쩍 작가와 독자의 관계로 치환하는 겁니다.
결말은 제가 기대하던 방향과는 조금 달랐지만 적당한 여운을 남기면서도 충분히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회의주의자가 아닌 다른 독자들에겐 어떻게 다가왔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