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편린만으로도 황홀한 세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기계탑 (작가: 리체르카, 작품정보)
리뷰어: montesur, 17년 4월, 조회 123

수백 페이지 분량의 자세한 설정과 구구절절한 설명을 통해서도 ‘그래서 어쩌라고?’ 이상의 감상을 끌어내지 못하는 세계관이 있는 반면 세계의 작디작은 편린만을 보여줘도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설명하지 않은 세계의 여백을 적극적으로 채워나가며 열광케 하는 세계관도 있다.

리체르카 작가의 ‘기계탑’은 후자의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을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단편이다.

여기에는 로맨스.. 비스무리 한 것과 세계의 파멸을 불러일으킨 사람들과 그 파멸에 저항하고자 하는 노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도래할 멸망에 대한 암시,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파멸의 도구, 역사에서 지워진 고대문명 등등 온갖 매력적인 요소가 절대 길다고 할 수 없는 분량 안에 꽉꽉 들어차 있다.

아니 꽉꽉 들어차 있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짧은 분량 안에서 작가가 펼쳐 보이는 것은 저런 거시적인 세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아니라 뚜렷한 캐릭터와 행동을 미시적 관점에서 디테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더욱더 큰 세계를 상상케 하고 재창조하도록 도와준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기계들의 행동원리, 용사들이라 불리는 존재, 진화하는 기계와 그 진화의 방향성, 기름 먹인 밧줄이나 갈고리 손톱 장갑 같은 기믹들이 어찌나 세계관의 여백을 메워주는 훌륭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지 그저 감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 매력적인 세계관 속에 어떤 로맨스.. 비스무리 한 것이 펼쳐지고 어떤 파멸이 도래할 것이며, 어떤 저항이 펼쳐지고, 어떤 비밀이 밝혀질지 아직까지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힘들 정도이다.

나는 작품 속에서 다시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 기계탑 처럼 리체르카 작가가 이 세계관을 더 발굴해 주길 독자로서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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