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악마에게 영혼을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마음의 양식 (작가: BornWriter,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4월, 조회 768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때, 가끔씩 상상을 한다. 내가 원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 그래도 양심은 있다고 그런 상상이 이루어지려면 뭔가 대가가 필요할 거라고 또 상상을 더한다. 그러면 도대체 내가 치를 수 있는 대가가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이 그저 몸뚱어리 하나뿐인데……. 그렇다면 영혼?! 그래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대가로 괜찮지 않을까, 라는 결론을 내려 본다. 근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악마가 내 영혼을 사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음의 양식>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숲길, 그 끝에 자리하고 있는 허름한 오두막 안 어둠속에서 피 묻은 노끈과 녹슨 단검, 작은 뼛조각들을 늘어놓고 한 소년이 라틴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주문을 끝까지 읽었을 때, 그의 앞에 어떤 사내가 나타난다. 그렇다, 소년은 악마를 소환한 것이다. 용건을 말하라는 악마에게 소년은 그를 소환하게 된 상황을 설명하고 그 끝에 어떤 소원을 덧붙인다. 악마는 그 소원의 대가로 소년의 영혼을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영혼은 쓸게 못 된다는 말로 거래는 무산되게 된다. 그러고는 못쓸 영혼을 쓸 만한 영혼으로 만드는 법, 작가가 결론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들을 들려준다.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도입부부터 오두막 안에서 뭔가를 잔뜩 늘어놓고 라틴어로 주문을 외우는 소년의 모습까지 보면서 미드 ‘슈퍼내추럴’에서 주인공 형제가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떠올렸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나타날 것만 같은 음침한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어떤 놀라운 상황이 펼쳐질까 싶은 기대로 인한 흥분감에 살짝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장면들이 펼쳐졌다. 소년이 악마를 소환하는 주문을 했고 그 결과로 누군가가 나타나기는 했는데, 흔히 생각하는 악마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위엄은커녕 스스로 악마라는 직책을 수행하는 백수라고 말하는 반소매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은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이 악마라는 이름의 백수는 아재 개그까지 남발하시고 ‘우결’ 봐야한다고 빨리 용건부터 말하라고 한다. 나름 악마와 거래를 하는 순간인데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한없이 무거울 것만 같던 분위기가 금방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좀 더 가벼운 분위기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 전환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함이 더해져서 기대이상으로 즐거웠다고 해야 할까?! 시작과는 완전 반대되는 분위기에 긴장감은 살짝 놓게 되고, 좀 더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전체적인 분량도 작아서 가볍고 편하게 그저 즐길 수도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양식>이라는 작품의 제목 그대로-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 즉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한다는 교훈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나름의 의미까지 더해진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덤으로 악마의 말을 빌려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다면서 예시로 몇몇 작품들이 언급되는데 이는 곧 작가의 추천 작품, 혹은 필독 작품이라고도 말 할 수 있을 테니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책을 끼고 살았으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가끔씩 생각한다. <마음의 양식>을 읽고 나서는 그 어린 시절에 ‘무조건 책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식의 강요 아닌 강요가 아니라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영혼을 한 번 살찌워 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식의 위트 넘치는 조언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곳에서 이 글을 찾아서 읽을 정도라면 이미 충분히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니까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주위에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짧은 글이니까 한 번 쯤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책을 보려고 한 번은 더 시도해보지 않을까?! 악마에게 영혼을 팔게 될 일은 결코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적어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팔릴 수 있는 포동포동 살찐 영혼을 가진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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