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꽃게 사가. 내가 초록창에서 찾은 뜻이 맞다면, 이건 꽃게 전설이다. 꽃게 전설이라니, 우화라도 되는 것일까? 꽃게를 주인공으로 할 전설이 무에 있단 말인가? 작품 추천의 글에 한 번, 강력 추천! 이라는 댓글에 또 한 번 눈이 갔던 작품인데, 어째 뭔가 이상하다, 라고 생각했다. 응, 처음엔.
가리비, 홍합, 전복, 쭈꾸미, 오징어, 새우, 꽃게… 이 모든 해산물들이 총 집합한 곳은 바닷속이 아니다. 바로 냉장고다. 해산물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입맛을 다실 종류의 것들이다. 맞다. 이 작품 속 냉장고의 주인은 해산물 마니아다. 그는 냉장고에 채워놓은 해산물의 종류가 비기 무섭게 다시 채워둔다. 그렇게 냉장고 속 해산물들은 동료를 계속해서 공급(!)받는다.
이 작품은 “주인장뿐 아니라 그 딸내미, 아들내미 모두 사랑하는” 해산물들이 ‘차가운 집’이라 부르는 공간에서 인간의 식탁에 올라가 먹히면(!) 내세에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이한 관념을 공유한다는 세계관을 갖고 시작한다. 더 맛있어질 수록, 더 강해진다. 읽는 내내 비실비실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참신하고, 특이하고, 유쾌했으며, 심지어 어떤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동료가 일명 ‘구원’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도 머리를 조아리는 간신배 새우, 느려터진 조개들, 힘없는 오징어와 쭈꾸미를 구원할 자 그 누구인가! 튼튼한 갑옷을 가진 바닷가재에게 덤빌 자 누구인가!
솔직히 리뷰를 쓰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꽃게라니, 꽃게라니! 폭군 랍스터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 스스로 간장게장이 되는 과정 또한 험난하고 비장하기 그지없다. 또 하나 재미있는건, 서술자가 파리라는 사실이다. 맞다.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을 돌아다니는 그 파리 말이다.
랍스타가 도착한 후, 불의의 사건으로 어딘가 상처입은 싱싱한 해산물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면 그는 맛을 보고, 평가한다. 처음엔 당연히 뭐 다 맛있겠지. 하고 그냥 지나치던 파리의 미식평이 후반에는 어째 신기하게도 감정을 툭툭 건드려댄다.
맛있어질수록 강해지는 해산물. 그리고 그들끼리의 관념 생성과 암투. 영웅 꽃게! 세상에, 누가 이런 발상을 해내겠는가. 나는 작가의 발상과 필력에 감탄하면서도 계속 입맛을 다시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꼭 읽어 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이미 읽은 분이라면, 오늘 저녁 메뉴는 간장게장을 추천드린다.
아, 간장게장 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