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빚는 여인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만회반점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오메르타, 20년 8월, 조회 125

만회반점이라는 제목 얘기부터 할게요. 반점이라면 역시 중국음식점이겠죠. 만회는 뭘까요? 뒤지고 있던 한국대표팀 1점 만회합니다, 의 만회가 맞을 거예요. 제가 아무렇게나 떠올린 예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체가 어느 정도 뒤처져 있거나 손해를 입은 상황에서 쓰는 표현이에요. 주인공이 불균형한 상태에 처해 있음을 시사하는 거죠.

만회 (挽回) 는 당길 만에 돌아올 회를 써요. 뒤떨어진 것이나 잃어 버린 것 따위를 돌이켜 원래의 상태로 회복함,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네요. 그런데 첫 문장부터 만두를 한 입 베어 무는 이 소설에서는 왠지 밀가루 반죽을 당겨 떼내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밀대를 굴려서 만두피를 만드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오바겠죠? 설마 서계수 작가님이 여기까지 생각하시진 않았을 거예요.

작가님이 의도하신 만회는 여성의 배에서 나와서 여성의 삶을 황폐하게 착취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만든 남성(들)을 도로 뱃속으로 집어 넣는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폐기 처분하면 여전히 마이너스인 상태로 남겠지만 도로 뱃속에 집어 넣는다면 0으로 만회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겠죠? 갸웃거릴 것 없어요. 간단한 산수인 걸요. 뉴턴도 동의할 거예요.

자, 이제 어떻게 뱃속으로 다시 집어 넣을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네요.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였다면 나왔던 방향을 뒤집어서 어떻게든 다시 욱여 넣었을 거예요. 어찌 보면 주인공의 생사가 갈리는 이 문제에서 서계수 작가님은 보편적인 방법으로 갓 잡은 고기를 갈아 넣는 만두를 선택하셨어요. 자고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만두가 제격이지요. 제갈공명도 동의할 거예요.

물론 고기를 다져서 채소와 함께 버무려 소를 준비하고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만든 만두피에 담아 하나씩 빚는 만두는, 굽거나 탕으로 끓이는 것에 비하면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일이예요. 하지만 소고기를 굽거나 개고기로 보신탕을 끓이는 것은 프레데터의 방식이잖아요. 아뇨, 클로킹 능력을 지닌 외계 전사 얘기가 아니에요. 여성의 삶을 착취하는 약탈자, 포식자를 말하는 거예요. 아들을 임신했을 때 남편의 부친이 주인공의 뱃속에 있는 당신의 손자를 먹이려고 사왔던 빛깔 좋은 소고기, 그 손자가 나중에 대학을 자퇴하고 창업한다고 까불다가 수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집에 틀어박혀 있는데 힘이 없어 보인다며 사다 먹인 개고기 보신탕, 이것들은 프레데터의 음식이에요. 우리같은 사람들은 먹으면 토악질이 나고,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혀요. 정성껏 만두를 빚어서 뱃속에 잘 넣기로 해요.

만두를 찍어 먹는 간장 소스에 레몬즙을 짜 넣은 만회반점 주인처럼, 서계수 작가님은 성 밖으로 쫒겨나고 낙원에도 가지 못한 개의 이야기를 곁들여요. 그냥 누워있기만 해도 예쁨을 받는 고양이와 대비를 이루죠. 고양이는 밥 주고 간식 줘도 한 번 껴안을라치면 할퀴고 성내며 하악질을 하는데, 다들 집사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요. 모시고 산다는 말들을 하죠. 한편 개는 어떤가요? 물론 세상에 나쁜 개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개는 순종적이도록 길들여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죠. 때려 잡아서 끓여 먹기까지 하고요. 이 집의 남자들이 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바로 저 개와 같네요. 낙원에 가긴 글렀을까요? 만회할 방법이 있을까요? 만두를 빚어야겠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오다가 스스로 구렁텅이에 뛰어들고 말았어요. 둘째를 임신한 게 최대의 실수였죠.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실수할 수 있잖아요. 이런 꼴을 당하는 여성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만회할 기회를 주세요.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장소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만두속 재료는 알아서 준비할게요.

만회반점의 젊은 여주인은 무심한 낯으로 <나>를 내려다 보다가도 따뜻할 때 먹으라거나 보신에 좋다거나 하며 은근히 챙겨주네요. 남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성격인데, 어쩐 일인지 이 여자는 거울을 마주보는 것 처럼 불편하지가 않아요. 거울이요, 거울. 무슨 말인지 알죠?

오늘은 또 누가 뜬금없는 장소에 홀로 영업중인 만회반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을 꼭 닮은 여주인이 내주는 만두를 먹게 될까요. 뭐, 인육만두 쯤은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이미 세상 어디에나 사람을 갈아 넣고 있는 걸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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