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브릿지 호텔 신입 직원들을 위한 행동지침서는 나폴리탄 괴담의 형식으로 쓰여진 호러물이었습니다. 유월 초입에 읽으니 여름의 향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나폴리탄 괴담은 소설의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장치가 한정되어 있는 편이고, ‘클리셰’의 파괴나 의외성 보다는 눈에 그려지는 설정과 현실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보았습니다. 느껴본 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후 스포일러와 인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여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에덴브릿지 호텔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블랙기업입니다. ‘입사시 안내하는 수칙만 지킨다면 안전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라는 문장과 ‘모든 수칙을 숙지하여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판타지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상하고, 꺼림칙한 ‘무언가로’ 일어나는 일들이 평범한 블랙기업처럼 보이니까요.
나폴리탄 괴담의 특징 중 하나는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공백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에덴브릿지 호텔 신입 직원들을 위한 행동지침서’ 는 정석적이면서, 나폴리탄에 비해서는 조금 더 상세한 이야기가 쓰여져있습니다.
은연중에 드러나지 않는 존재에 대해 직원은 알 필요 없다는 것처럼 쓰여져 있지만 꺼림칙한 부분들을 계속해서 주입합니다. 목사님의 존재가 그렇고, 이상한 요구를 하는 손님들이 있을 거라는 예고가 그렇습니다. 이런 예고들을 가장 상세하게 적어주신 부분이 11번입니다. 어떤 노크 소리가 날 거라는 예고가 어쩐지 섬뜩해집니다.
이 모든 전개를 한 번에 깨주는 항목 역시 11번 항목입니다. N-1 항목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검은 옷을 입은 안내 직원’ 입니다. 이야기 내에서는 목사님과 함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이야기의 흐름을 탁 끊어내줍니다.
잘 읽었습니다. 리뷰를 남길 수 있어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