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피비린내가 나는 – 피를 머금은 꽃 비평

대상작품: 피를 머금은 꽃 (구 버전) (작가: 포그리, 작품정보)
리뷰어: dorothy, 17년 4월, 조회 268

. 이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쓰인 리뷰입니다.

. 15화인 수라-4까지 읽고 쓴 리뷰입니다.

 

 브릿지에 가입한 후 두 번째로 읽게 된 작품이다. 이 사이트의 검증된 작품을 읽어보자 싶어 들어온 인기작 코너에 어째 이영도 작가의 피를 마시는 새가 떠오르는 제목의 작품이 있길래 오마주일까, 아니면 그저 작명 센스의 문제일까 생각하며 1화를 클릭했다. 사실 현재 시점인 2017년에 그리 세련된 제목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읽은 첫 문단에서, 이 작가의 가능성을 보았다.

 기본적인 표현력뿐 아니라 문장력도 괜찮았고, 어쩐지 사람을 잡아끄는 훅이 있었다. 그리고 내용과 소제목의 연결 또한 탁월했다. 황천, 내뱉어진 삶, 수라.. 이 모두가 꽃으로 하여금 피를 머금게 하였음을 보여주는 고리들이었다. 소제목의 선정에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첫 작품이라 그런지, 아직은 한계가 보이는 듯하다. 간단하게는 맞춤법 문제부터, 눈에 걸리는 문장, 국적 불명의 이름들 등의 문제이다.

 사실 맞춤법이나 문법 등은 내용에 집중하면 스쳐지나갈 수 있는 문제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용에 집중하다가도 어색한 맞춤법을 보고서는 몰입이 깨질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저 퇴고할 때 번거롭더라도 맞춤법 검사기 한 번 돌리면 끝나는 문제. 대작으로의 길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포그리 작가의 문장력은 앞에서 말했듯 탁월한 수준이다. 그러나 간간히 눈에 걸리는 문장들이 있었다. 몇 화였는지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한 문단 내에서 한 인물을 계속 이름을 붙여 언급하는 문단이 존재했다.

‘사루는~했다, 사루는~했다, 사루는~’

바로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으며 뜬금없지만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어린 아이를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작가의 의도였다면야 할말이 없지만, 당해 챕터의 내용상 그러한 느낌은 없었어야 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언급하는 부분을 빼도 될 것 같으면 빼는 것이 쓰기에도, 읽기에도 깔끔한 문장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확실한 틀을 잡고 가는 건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바로 국적 불명의 이름들이었다. 한자문화권의 느낌이 물씬 나는 ‘서륜’의 아이들은 인도쪽 이름인 ‘사루’와 ‘야루’, 그들이 사는 곳은 ‘아이라스’. 어째 남미를 배경으로 하는 중국 무협지에 서양인 토마스가 등장해 자신이 한족이라며 유창한 중국어를 하는 느낌이다. 물론 작가의 깊은 고민이 들어간 이름들이겠지만, 작품 내에서의 어떤 지역에는 아이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는지 등의 설정을 확실시 하고 글을 이어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미 확실한 설정집이 있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작품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피를 머금은 ‘꽃’이라 그런지 어째 붉긴 하지만 애매한 피비린내가 나는 것만 같달까, 덜 다듬어진 수정 같달까. 클리셰를 적절히 잘 써먹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독창적인 장면들을 기대하는 건 여느 독자의 욕심일 것이다. 다른 판타지와 다른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다! 물론 그 한 방을 쓸 수 있는 작가가 흔치는 않겠지만 이 작품에는 기대가 된다.

 아직은 발광체이긴 하나 진흙에 뒤덮인 느낌이다. 깨끗이 씻어내고 좀 더 다듬는다면 눈부시겠지. 나는 작가 포그리의 발전이, 그리고 다음 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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