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쓴 리뷰입니다.
스크롤을 내리는 오른 손의 검지가 아쉽다. 호흡이 느려지고, 짙은 여운을 느낀다.
honora 작가의 작품 붉은. 을 보고 난 후의 필자의 상태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단편을 쓴다는 것은 장편의 호흡을 일정하게 이끌어나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인듯 하다. 이 짧은 글 안에 기승전결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니. 차마 직접 집필할 용기는 없어 언제나 고개를 가로젓고 말았지만, 역시 다른 사람의 단편을 읽는 것은 즐겁다.
사실 글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에는 취미가 없는 편이다. 어떻게 해석해도 ‘꿈보다 해몽’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이든지, 단지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흔히 말하는 소나기의 보랏빛 꽃이 소녀의 죽음을 암시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꽃이 보라색이구나,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뭐, 결국 황순원 작가는 본인이 보라색을 좋아해서 보라색 꽃을 넣었다고 얘기한 바 있지만 말이다.
어떤 글이든 그저 리터럴하게 받아들이는 필자이지만, 이 글에는 궁금증이 느껴진다. 「그것」이라 표현된 괴물은 어떤 것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지,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무서울 정도의 분위기 메이킹은 어떻게 한 건지. 사실 어떻게 보든 유려한 글임은 확실하다.
다만 이 글의 괴수를 보며 떠오르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이었다. 물론 필자가 다양한 판타지 문학을 접하지 않아 이러한 괴수의 특징이 확실한 하나의 클리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날개와 여러 개의 발톱이 달린, 인간을 현혹하여 상처입히는 괴수의 모습은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복수심을 키우다 미숙한 상태로 괴수에게 덤비게 되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명의 -처음엔 투닥대지만 곱씹을수록 소중한- 사람을 의도치 않게 제물로 바치게 되는 종류의 스토리라인은 확실히 참신하다고 말하기에는 힘들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잘 녹아들어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일조한, 말하자면 클리셰의 올바른 사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단지 괴수의 특징을 조금 더 작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더라면 괴수의 묘사가 등장하는 부분부터 끝까지 다른 작품이 생각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