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밸런스 게임 (VS 놀이) 이란 게임의 상대방에게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 (兩者擇一) 형식의 질문을 던지고 두가지 선택지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놀이를 의미한다. 예를들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콜라냐 사이다냐, 탕수육을 먹을 때 부먹이냐 (소스를 부어서 먹는 것), 찍먹이냐 (소스를 찍어서 먹는 것) 등의 질문을 하고, 상대방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밸런스 게임의 묘미는 바로 상대방에게 반드시 하나만 선택하기 어려운 난감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난처해 하는 반응을 살펴보는데에 있다. 즉, 질문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어 게임의 참가자가 두 선택지 중 어느 한쪽을 선뜻 고르기 어려울수록 잘 짜여진 밸런스 게임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Clouidy 작가의 <VS 놀이>는 밸런스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밸런스 게임의 질문은 이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오줌 마려운데 화장실 가기 vs 그냥 침대에 싸기’입니다.”
“이건… 토론할 가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요?”
토론 참가자 D의 말처럼 이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면 말도 안되는 밸붕 (밸런스 붕괴)에 해당되는 질문이다. 애초부터 밸런스가 무너져 있을 뿐만 아니라 토론의 가치 측면에서도 의미를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밸런스 게임으로서 묘미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금이나마 있었던 흥미와 기대 마저도 차갑게 식혀버리는 질문이다. 하지만 해당 토론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상황과 조건을 제한하면서 질문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시도를 한다.
“글쎄요… 침대에 쌀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던지, 화장실 갈 시간 조차 아까운 수험생이라면 해당 질문이 밸런스 게임의 질문으로 유효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밸런스가 깨져 있어 흥미가 반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밸런스를 맞추려 애쓰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를 질문을 어떻게든 살려가며 토론을 하는 모습이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밸런스 게임의 묘미를 살리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며 극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을 다듬는다면 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