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가의 <그해 가장 조용했던 불꽃놀이>는 주인공 메기가 절친한 언니 비너스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을 띤 짧은 소설이다. 소설을 처음 접할때는 비너스의 존재와 주인공 메기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특히 소설속 비너스는 영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Boxing Helena)>를 연상시켰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광기 어린 소유욕에 관해서는 영화 ‘Boxing Helena’에 비할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외과의사인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다리를 자른다. 여자는 자살기도를 한다. 남자는 다시 여자의 팔을 자른다. 몸통만 남은 여자는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제대의 주인공이 된다. 헬레나라는 이름의 여자는 절망하지만, 남자는 그런 여자를 숭배한다. 한국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Boxing Helena’ 연인을 박싱(박스, 우리 안에 가두기)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변태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범죄의 피해로 신체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비너스와 현실에 대한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 메기의 유대관계가 인상 깊었다. 또한 비너스의 복수를 위해 떠난 여정 끝에 범인으로 특정한 인물의 직업 설정이 좋았다. 마치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 처럼 우리에게 상관 없는 일인 듯 멀게만 느껴지지만 언제나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있는 어둠을 잘 형상화한 것 같았다.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소설의 마지막에 작가가 남긴 문구였다.
“이 글은 허구로, 2015년 세계불꽃축제 당시 일어난 실제 사고 당사자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솔직히 소설을 접하기 전에는, 또 작가가 남긴 문구를 보기 전에는 2015년에 세계불꽃축제 준비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해당 사고가 소설상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고, 화려한 불꽃에 가려져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 궁금해서 관련 사건을 찾아보았다. 작가는 2015년 세계불꽃축제 준비중 발생한 실제 사고와 소설은 전혀 상관이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언급처럼 소설은 허구지만 그 사고가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의 주요 모티브가된 것은 분명해보이기에 소설을 읽고 해당 사건을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당시 보도된 기사를 남긴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불꽃축제의 그림자…실종 40대 비정규직 숨진채 발견
헤럴드경제 2015.10.04.
2015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준비하던 중 한강에 빠져 실종된 40대 남성이 실종 이틀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4일 서울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조명설치업체 직원 이모(43)씨가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여의도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발견됐다. 한강에서 카약을 타던 시민이 이씨를 발견, 신고했다. 이씨는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는 축제전날인 2일 오후 10시 40분께 원효대교와 한강철교 사이에서 레이저 조명 설치에 필요한 장비를 모터보트에서 바지선으로 옮기다가 갑자기 배 사이 간격이 벌어지는 바람에 강에 빠졌다. 사고 당시 한강에는 너울성 파도가 평소보다 높게 치고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조명설치업체 직원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일손이 부족할 때만 작업에 투입된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경찰은 조명설치업체와 보트운영업체를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