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분석 비평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경성 모자의 모험 –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작가: 무경, 작품정보)
리뷰어: 윤아디, 20년 4월, 조회 277

이 시기의 경성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필연적으로 독자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동시에 위험 부담이 큰 소재라는 뜻이죠! 다행히도 작가분께서도 시대적 배경에 대한 애정이 크신지 자료 조사를 신경 써서 하신 티가 났습니다. 10화까지는 조금 루즈한 감이 있지만 12화부터는 전개가 제법 흥미로워서 앞으로의 방향이 크게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은 작가 분의 배경을 그려내는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시간 및 공간적 배경을 볼륨 있게 선택하신 데다가 형상화를 잘 해내신 만큼 앞으로의 인물과 사건이 잘 풀려나간다면 훌륭한 소설이 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과외 선생/하숙생의 신분으로 멋진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된 외부인이라는 인물 설정은 드물지 않은 소재라서 향후의 전개에 따라 부여될 참신성이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탐정 역시도 흔하다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라서 신선함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이구요.

전반적으로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신 듯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체가 조금 어색하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부분에서의 고증이 뛰어난 만큼 주인공 에드가 오와 선화의 말투가 시대 배경에 맞추어 개선된다면 더욱 자연스러운 느낌이 살아날 것 같습니다. 독특하게도 시대적 배경을 구현하는 주된 요소로서 주인공의 패션을 채택하신 것 같은데 이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문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문장의 사용에 있어서 실속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래의 예시들은 해당 작품에서 직접 발췌해온 사례들임을 밝힙니다.


1. 서양처럼 침대가 있었다면 더욱 어울릴 거 같은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2. 만만치 않겠군.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3. 첫 수업을 영어로 하길 잘했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위와 같은 문단 나눔은 큰 필요도 없어보이며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엔터를 지우신다거나 아래의 문장을 삭제하시는 방향으로 퇴고하시면 작품의 문장들이 매끄러워질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문단 나눔이 글 전반에 드러나는데 이가 개선된다면 작품성이 상당히 향상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문장의 자잘한 오류들에도 더욱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주인공 에드가 오라는 캐릭터는 모던에 기이할 정도의 자부심을 지닌 귀여운 허풍쟁이 느낌의 인물입니다. 작품에서 에드가 오는  ‘절도’라는 범죄 행위를 조선의 낡은 악습이라 표현하거나 조선이 ‘서양의 모던’을 수용하는 것이 발전의 길이라는 주장을 펼치는데 이를 통해 작가 분께서 에드가 오를 당대 상위 계층의 유학파 자녀들을 풍자하려는 도구로서 사용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던과 예의를 중시하면서 친구 두 명을 불러다 하숙집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라던지 선화와 선화의 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외모로 평가하는 모습 역시도 에드가 오의 이중성을 드러내며 풍자의 여지를 주는 요소들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5화의 초반부에서 에드가 오에 대한 표현으로서 점잖다는 표현을 강조하는 걸 보며 작가 분이 에드가 오를 풍자의 대상인 부정적 인물이 아닌 신사적 면모를 갖춘 긍정적 인물로 설정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조선의 전통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하는 반면 의걸이장과 양복장의 차이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정도로 집착하는 걸 보고 에드가 오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다시금 바뀌었습니다. 에드가 오에 대한 해석이 장면장면마다 엇갈려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3화에서 에드가를 탐정으로 각성시킨 데에서는 또 향후 에드가를 긍정적 인물로 사용하시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는데 앞으로 에드가 오의 향방에 대한 노선을 확실히 정리해주시는 편이 깔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작품의 스케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열 편 가량이나 소설이 진행 되는 동안 사건이 부재했으므로 앞으로 더욱 큰 사건을 그려내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작품 성향 평가에는 개그/어둠/참신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아직은 세 가지 성향 모두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화 전체와 7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대화에서 향후 작품의 스케일이 커질 가능성을 엿보았는데 해당 화의 작가 코멘트에서 고증을 살리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어조로 못을 박으셔서 조금 실망스러운 감이 있었습니다. 작품 내에서 전반적으로 묘사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8화 초의 무려 여덟 줄에 걸친 외출 준비 묘사를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사물, 공간 및 인물에 대한 묘사를 에드가 오의 감상이 아닌 작가의 서술로 제공해주신다면 묘사가 훨씬 풍부해질 것 같습니다. 10화부터 소설이 흥미롭게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이때 초반에 무게감이 실려야 하는 장면에 엔터가 많아서 조금 불편했습니다.

개선의 여지가 많은 작품인 만큼 작가 분께서 신경 써서 작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신다면 멋진 소설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남아있지만 더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질 것 같아 글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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