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런 열다섯 살을 지나온 어른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글입니다.
제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당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가 막 출간되었습니다. 그 책의 주인공도 열다섯 살이었죠. 그래서 저는 어떤 설렘을 가지고 그 책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동갑인 주인공에 대한 동일시를 기대했던 거였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이디푸스 신화를 따라가는 열다섯 살의 소년은 제가 이입하기에 적합한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책의 내용은 아직도 대부분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어요. 열다섯 살이란 그런 나이니까요.
그리고 15살을 한참이나 지나온 지금, 또다시 15세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보면서 그 때의 제가 함께 할 수 있었던 게 하루키의 카프카가 아니라 아스라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약간의 억울함까지도) 느낍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누나와 엄마와 동침하는 소년 이야기보다는 외톨이이면서도 분풀이 하지 않고, 자신의 바람을 찾아 대담하게 여행을 떠나, 슬픔과 외로움과 상실과 분노와 사랑 우정 연대를 배워나가는, 그리고 끝내 새로이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마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아스라의 이야기가 열다섯살의 저에게 있었다면. 제가 이입하고 사랑할 수 있는 동갑의 주인공이 아스라였다면!
그랬다면 제 영혼에는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해요. 그러니 저처럼 사랑하고 동일시할 대상을 갈구했으나 얻지 못했던, 혹은 부적합한 대상만이 쥐어졌던 열다섯살의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지금이라도 아스라를 만나 사랑하면서 저와 같은 아쉬움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상한, 괴짜인, 세상에 들어맞지 않는 열다섯 살 아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고 얻고 잃고 무너지고 꺾이고 좌절도 했다가 마침내 자기보다 더 작고 약한 이들을 몸을 던져 도움으로써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외롭고 순진하고 선한 아이의 성장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스라의 여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별의 도시>에 대해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독특하고 감각적인 이미지인데요.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제시되는 이미지가 대단히 선명하고 또렷해서, 분명 텍스트만 있는데도 마치 그림책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냥 착하고 예쁘고 포근포근하지만은 않은, 어딘가 서늘하고 어둡고 기묘한 데가 있는 그림책을요. 이 유니크한 이미지와 강렬한 전달력에 내내 사로잡히듯 매료되어서 보았네요.
별의 도시를 향해 가는 아스라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스라가 자신만의 별을 가지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