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벚꽃, 그리고 신라의 벚꽃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반흔 (작가: 번연, 작품정보)
리뷰어: Ello, 20년 2월, 조회 137

0.

이 재미있는 소설을 어떻게 재미있다고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고민입니다.

일단 신라의 벚꽃은 볼 수 없습니다.(!!)

 

1.

아무래도 번연님의 글을 보고 있자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점이 있을거예요. 아마 이전에 먼저 리뷰를 써주셨던 연인님과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제 머릿속에는 아마 비슷한 이미지의 모진과 재혁, 용주, 소찬 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게는 부러졌다는 티가 강하게 나는 모진의 콧선과 우락부락한 용주, 그리고 둥글둥글한 허민수가 가장 선명하게 그려려지지만요. 전체적으로 같은 사람을 보고 있을 듯 해요. (왠지 허민수씨는 민수라고 하면 느낌이 안나요. 허민수씨는 허허민수씨죠!) 번연님의 글에는 그런 힘이 있죠.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려지는 어떤 사람. 직업, 체형, 말투, 고향 등으로 그릴 수 있는 주변의 익숙한 인물.

우리가 그럴거라 익히 배워왔던 그리고 실상으로 그렇구나 하고 느껴왔던 북녘인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남방인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모진과 창에게서 보이는 걸 보면 ‘와, 나 이거 알아, 상상된다’는 느낌을 새삼 반갑게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비단 인물 뿐만은 아니고 배경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더 중요한 점이 것 같아요.

설원을 배경으로 한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은 장면까지 보게 된다면 ‘이거구나!’ 하게 될거예요.

 

2.

이 작품에서 감탄한 두번째 지점이라면 아무래도 개연성이겠죠.

한 문장도 허투루 쓰인 문장이 없을 정도의 충분한 정보량. 복선을 회수하며 전달하는 서로의 깊은 갈등까지.

절정의 장면을 위해 적절히 안배된 이유와 등장인물이 성격까지 모두가 그럴싸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왜 바닷가! 왜 겨울! 이래봤자 소용 없는,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입니다. 만약 다른 독자님이라면 작가와의 대결을 펼쳐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러면 어땠을까요? 저 사람이라면 어땠을까요? 하고 질문을 던져주세요. 그리고 다른 답이 나온다며 공유해주세요. :D )

차곡차곡 쌓아온 정보가 다른 대안을 생각 할 수도 없게 하네요.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그 ()은 누구였을까요. 무슨 목적이었으며, 왜 그런 짓을 저지르고 왜 하필 그 산이었으며 어쩔 작정이었을까요. 그 부분만이 해소되지 않은 유일한 궁금증입니다.

아마 이 모든 건 작가님이 더 이야기를 끌어내지 않고 완결을 낸 탓이겠죠?! 아직 궁금한게 많습니다.. 외전을 더 써주세요.

 

3.

신라… 아니 경주의 벚꽃, 그리고 황남빵에 대한 로망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습니다.

사실인듯 사실 아닌 사실같은 일들을 섞어 주시니 언젠가 경주에 가면  형사과 강력 4팀이 모진과 함께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시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진 이름은 얼마나 잘 지으셨는지. 모진은 모진 답고, 재혁은 재혁 다워요. 가끔 우리 말로 쓰여진 우리 소설의 묘미가 이런게 아닐까라는 느낌이 올 때가 있는데

이 소설이 바로 그런 소설입니다. 모진이라니.

하지만 모진도 처음부터 모진이 아니었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씁쓸해지기도 하네요. 사람은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이 적어도 이 소설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었네요…

 

4.

계절의 온도차, 용서에 관한 다른 관점, 그리고 화해.

각자의 용서를 누르고 눌러서 단 한장면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소설이란 건 분명합니다.

모두 겨울의 찬바람이 가시기 전에 한 번 쯤 읽어보았으면, 그래서 저와 같은 그림을 하나 품게 되셨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언젠가 만개한 벚꽃을 배경 삼아 술 한 잔 하는 그림까지 함께 가져가 주시기를.

좋은 소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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