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와닿지 않는 세계 안에 왠지 매력적인 주인공이 있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미명未明 (작가: 자우, 작품정보)
리뷰어: 소로리, 20년 2월, 조회 24

비일상이 일상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 느끼지 못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느끼지 못합니다.

감정은 풍상에 마모되어가는 돌과 같이 바스러져 나가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그 무언가의 찌그러기 뿐이겠지요.

 

산 자의 영역이 깎여나가고 죽은 자의 영역이 넘쳐흐르는 시점에서

지극히 사람같았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같지 않게 됩니다.

사람같이 살아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한 때 사람같이 사는 걸 당연시했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단 한 줄기 내리쬐이는 햇살을 가리고 어둠속으로 침잠하게 할 정도로

감정을 갉아먹힌 사람입니다.

그의 밤에는 아무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야만 합니다.

드문드문 멈춰설 때도 있지만 그 뿐이고

잠시 한 잔의 술로 흘려넘긴 직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가야 하니까요.

 

사람의 머리통을 부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에게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짊어지지 않게 하려고 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해가 지고 술 한 잔을 넘기고 비가 눈물을 씻어넘긴 다음 날 아침에는

다시 비일상의 일상이 이어져야만 합니다.

 

처음 글을 읽으며 상당히 불친절한 느낌의 이야기라

어디서부터 따라가면 좋을까 생각을 했는데

천천히 읽다보니 어쩐지 매력적인 주인공의 면모에 계속 글을 읽어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이 글의 좋은 점은 닳고닳은, 하지만 그 와중에도 뭔가를 남겨 지키려하는 주인공이고

이 글의 아쉬운 점은 천천히 살피며 읽어야 필요한만큼 이해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장편으로는 충분한 커버되겠지만 단편으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입력이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인가 이야기가 더 있다면 읽어보고픈 내용이었네요.

이상 단편 미명에 대한 짤막한 감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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