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패딩을 한 번도 입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갓 2월에 들어선 지금은 꽃샘추위가 닥쳤지만 예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날씨입니다. 벌써 개구리가 산란을 시작했다는군요.
<가시나무가 흐르는 강 아래에서>는 아마 올겨울보다는 지난겨울처럼 혹독한 날씨에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삭풍이 마구 몰아치고, 사람들은 신경이 날선 한편으로 날씨에 관한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았죠. 이 소설도 그런 분위기를 띠고 있습니다.
소설은 ‘리그렛 알로세스‘가 대관식을 치르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그녀는 지난밤 독약에 중독된 상태임에도 꿋꿋하게 대관식을 마치고, 수하인 평민 출신의 책사 ‘베니에’에게 농담을 건네는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옛 애인인 ‘로렌스’와 마주치면서 마음이 흔들리고 마는데요. 앞으로 나아갈 거라 장담하던 그녀지만 인간적인 감정으로 인해 미련을 느끼고 만 것입니다. 저택으로 돌아온 그녀는 상업의 도시에서 온 사자에게 터무니없는 금전 요구까지 듣게 됩니다… (운수가 나쁜 편이군요.)
12화까지 전개된 내용을 볼때 강력한 마법사이자 군주, 리그렛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녀가 다스리는 왕도와 로렌스가 속한 세력인 성도의 대립, 또한 리그렛의 숙부가 의탁한 상업 도시 레라지에 등 다양한 외부 세력과의 복잡한 갈등을 예고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기대가 되는데요, 이것과 별개로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꼽자면 역시 리그렛의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냉정한 군주형 인물로 보이지만 옛 연인에 대한 미련을 가지기도 하며, 전남친의 진면목을 알자 전 두 잔 연속 음료 뿌리기를 해 주는 과감함까지.
또한 로맨스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옛 애인 로렌스와 리그렛, 책사 베니에가 술집에서 대면하는 장면, 그리고 베니에와 리그렛 사이에 흐르는 친근감 등을 볼 때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상극이란 태그를 볼 때 앞으로도 매력 있는 인물과 관계가 더 등장할 거라 기대를 해도 괜찮겠죠?
호흡이 차분하고 문장이 길다 보니 단번에 읽어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겨울밤 한편씩, 차근히 읽어나가기에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다보면 섬세한 세계관과 중심 인물의 매력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더군요.
작가님의 건필을 기원하며 다음 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