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전래동화 전집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중 인상깊었던 것이 네 장사라는 글과 여우누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 대상의 책 답지 않게
목을 자르고 간을 빼내는 등 굉장히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중 네 장사는 당시 기술의 한계(…) 때문인지 영상매체화되질 않았는데
(목이 잘리고 그게 또 하늘을 날며 되붙거나 해야하니…)
여우누이는 그 내용의 무서움과 기묘한 소재 때문인지 여러차례 영상매체화되었습니다.
이 글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이 글이 다른 2차 창작과 구분되는 점은 ‘여우누이’의 시점에서 글이 쓰여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글을 다른 글들과 구분짓게 합니다.
세상 사람 모든 물건에 저마다 다 사연이 있듯
여우누이에게도 그렇게 살아가야만 할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그녀의 존재가, 그녀의 정체가 사람들을 끊임없이 번민하고 두려워하게 합니다.
결국 억제될 수 있었던 그녀의 본성은
조금씩 마각을 드러내며 사람들에 의해 발각되어 버리고,
사이좋았던 가족들은 갈갈이 찢겨져 버립니다.
가정이, 마을이, 나라가 황폐해집니다.
이 모든 일의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요.
그 옛날 읽었던 책에서는 이 모든 게 다 꼬리 아홉달린 구미호 잘못이라고 말했고
읽는 아이 또한 그렇게 받아들였지만
이 글을 읽고 난 뒤에 자신있게 그렇게 말하기 어렵게끔 만드는 것이
이 글과 쓰신 작가님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소재와 그 소재를 살린 방법외 중간중간 사용하신 멋스러운 표현도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