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파티” 1부는 유경록이라는 20대 청춘의 첫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바나나파티(섹스의 별칭)를 삶의 목표로 잡았다는 별로 호감가지 않는 얘기로 시작된다. 보통 사람들이 다하는 은밀한 생활패턴을 따라해서 본인도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느끼고 싶다는 뉘앙스다. 성장물을 목표로 한다지만 주인공을 너무 얕잡아 보이도록 만든게 아닐까 싶다.
그 덕분인지 1부에서의 고민은 흥미로운 대사나 문장들이 비해 그다지 깊이있어 보이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고만고만한 청춘들의 고민이고 소망이지만 왠지 홍상수 영화의 어투가 묻어있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홍상수 스타일이 성장물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는 편이라 아쉽다.
20대 청춘의 대학생이 섹스를 하고 싶다는 건 잘못도 아니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런 소재를 성장물로 읽어보고 싶은 이들이 얼마나 있는지 하는 것이다. 코미디 청춘물로도 흔히 접할 수 있었으니 뭔가 색다른 걸 확실하게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별화차원에서인지 성장물로써 진지한 고민을 넣으려는 뉘앙스가 보이긴 하는데, 여자를 이해하려는 건지 여자를 평가하려는 건지 갸웃거려진다.
자잘한 일상의 모습 속에서 주인공이 뭔가를 깨닫는 속내를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나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도 묻어나긴 하지만,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 전체적인 서술이나 사건들을 보면 굉장히 작법연습을 열심히 한 솜씨로 보이는데, 성장물이나 로맨스물이 가지면 좋을 호감적인 요소에 대해 고민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성장물이나 청춘물에 권선징악은 없지만 호불호는 있다. 주인공이 동정받게 하기보다는 저평가 받은 사람이기에 끌어올려주고 싶은 모성애와 부성애가 독자에게 일어나도록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
2부에서는 은경과 정윤이라는 두 캐릭터가 등장해서 나름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역시 고민의 수위는 제자리 걸음인 것 같다. 청춘과 사랑과 섹스에 관한 고찰은 평가가 아니라 인간적인 호감들을 찾아낼 수 있는 흔적들을 드러내야 기분좋게 읽혀진다고 본다. 말하고 싶은 결론은 반만 드러내고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과 공감에 맡겨두면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 같다. 문장력이나 전개, 사건구성이 꽤 좋아서 조금 더 기대하며 읽게 됐는데, 성장이 더뎌져서 아쉽다. 이 작품도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이니 작가분의 건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