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성향상 글에 대한 평보다는 개인적인 감상이 주로 들어가는 리뷰가 많습니다. 작가님들의 글을 분석하고 평가하기에 들이댈 제 잣대가 짧은 탓도 있지만,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남기는 글에 대한 직관적인 느낌 또한 작가님께서 앞으로 새로운 글을 쓰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부족한 솜씨를 글에 담아봅니다.
저는 로봇물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과학기술에 기초를 둔 것이든 신화의 한 부분을 따온 것이든 그 거대한 손짓과 발짓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리고 최근에 인기가 많은 먼치킨물들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족했던 주인공이 여러 사건을 거치며 발전해나가는 성장기를 더 사랑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장르소설의 매력요소 중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덴티티와 개성이 살아있는 멋진 인물들은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주변의 인물들과 끊임없이 부딪히고 섞이면서 새로운 캐릭터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독자들을 놀라게 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작품과는 별 관련이 없어보이는 장광설을 늘어놓은 이유는 이 작품 ‘지구의 용자 카린’에 제가 좋아하고 숭배하는 요소가 모두 들어가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땐 동화책을 읽어주는 듯한 문체가 약간 거슬리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은 인내심을 가지고 2편만 완주하시면 극복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아주 단순하고 피아식별도 확실합니다. 지구를 침략한 외계의 제국과 그것을 막기위해 박물관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선 거대용자 카린, 그리고 주인공 지우와 그의 좋은 벗들이 등장합니다.
이 단순명료한 캐릭터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그에 따른 말투라던가 행동양식 또한 분명한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편을 연재해보신 작가님이라면 한번쯤 겪어보셨을 수 있는데(저만 하는 실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다보면 처음에 설정해놓았던 성격과 행동, 말투 등이 섞여버려서 나중엔 어떻게 복구해야 할 지 감당이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분량을 보면 작가님에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색깔이 분명하고 고유의 매력 또한 출중합니다.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 분명하니 그들이 벌이는 사건과 행동 또한 뚜렷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내용은 제국의 귀족가 도련님과 초보 전사가 지구의 수호자 카린과 만나 싸우고 갈등이 잠시 소강상태에 이른 시점까지 쓰여 있습니다.
변방의 작은 별에서 벌어진 제국의 패배를 황제가 알아버렸으니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 비밀에 싸인 여인 은하(이런 전개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엄지척입니다.) 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얼마나 더 풍성해질 지 모르겠군요.
주인공 지우의 경우, 사실 요즘 환영받는 주인공 스타일은 아닙니다. 다른 사이트에서는 독자분들이 대놓고 더 완벽한 초절무비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를 요구하기도 하더군요.
이 작품에서 지우는 겁도 많고 신체적 능력도 부족하지만,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인간과 인간세상을 배워가는 카린과 함께 그 또한 세상을 배워나가며 강해지고 있지요. 로봇과 거기에 타는 조종자의 관계가 아니라 정신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둘의 케미는 새롭게 등장할 여러 위협들 앞에서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악의 세력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지않는 제국의 전사들 또한 매력이 넘칩니다.
츤데레의 대명사라 할 만한 라페세스와 귀여운 노비양은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가질 거라 추측이 됩니다만, 앞으로의 이야기전개에 따라 제국의 인물들은 중대한 이미지 변화를 겪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 작품은 현재 작가님께서 1부 완결 후 2부 준비중이라 하셨습니다. 2부에서는 제국과의 본격적인 대결과 1부 말미에 깜짝 등장한 친구 은하의 정체 등이 이야기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작품의 매력은 통통 튀는 문체와 여러 인물들간의 유쾌하지만 과하지 않은 케미에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앞으로의 이야기에도 그 부분이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잡아준다면 저는 이 작품이 더 많은 호평과 인기를 얻으면서 작가님의 대표작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제가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건 서두에 밝혔습니다만, 좋은 초반을 보였던 작품들이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스토리 텔링에 지나치게 힘을 주다가 본연의 매력을 잃는 경우를 몇번 본 적이 있거든요.
이야기의 큰 기둥을 잘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작품의 장점을 잃지 않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작가님께서 이 멋진 작품을 더 오래 연재하셔서 많은 독자분들의 2020년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