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애초에 산타가 있은 적이 없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일도 거의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어른들이 직접 사서 건네 주는 식이었다. 그래서 ‘산타 클로스’의 존재마저도 나는 교실에서 친구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다들 산타 클로스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아니, 제 집으로 선물을 전해준 이가 산타 클로스를 흉내낸 가족이었음을 알게 돼 깊은 충격에 빠진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솔직히 오히려 더 놀랐다. 이따금 나는 어린아이들이 함께 사는 집이 이토록 버석하게 마른 밑반찬 같은 가풍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에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 집에도 꼬독꼬독하게 씹는 맛 정도는 있었다고 해두자.
나는 어디서든 호호호! 웃으며 돌아다니는 산타 할아버지의 실존 여부와는 전혀 상관 없는 유년기를 보냈으므로(심지어 우리집은 불교였다. 자고로 크리스마스란 ‘교회다니는 이들이 믿는 것’이었고 여전히 나는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묘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그 이벤트가 왕왕 남의 것인양 느껴진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든 없든 이제와서는 그저 심드렁할뿐이지만 만일 산타 할머니가 계신다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렸을 때 내내 울며 보낸 코찔찔이 어린이가 그럭저럭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에는 알게 모르게 산타 할머니의 혁혁한 공이 있었을 게 분명하니까.
달콤한 핫초코 한 잔 따뜻하게 들이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동화였다. 특히 결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읽고 더 마음껏 울고 웃으며 각자의 시기를 만끽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제 ‘진짜 핫초코’를 한 잔 마시러 가야겠다. 마신 것 같은 기분보다 더 신이 나는 건 역시 진짜 마셨을 때 기분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