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밑바닥까지 내려와보시겠습니까?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높은 곳에서부터 (작가: 호두빙수,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19년 12월, 조회 45

날계란에 눈코입 대충 그려놓은 것 같은 강단없는 외모탓인지 자신감없어보이는 걸음걸이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종교권유를 하는 분들에게 굉장히 자주 잡히는 편입니다.

저 멀리서부터 ‘널 찍었어’ 하는 눈빛을 보내며 다가오면 여지없이 제 소매를 붙잡지요. 주위를 보면 그저 옆에 따라붙어서 말을 거는 정도인데, 저한테 유독 강한 제스쳐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손을 잡기도 하고 어떤 분은 제가 외면하고 지나치려 하자 언성을 높이기도 하더군요.

많지 않은 에너지를 최대한 분노쪽으로는 쓰지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한데, 솔직히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옵니다. 분명 겪어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런 이유로 저는 이 작품의 첫줄부터 그야말로 초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생의 초원에서 가장 생존이 어려운 건 종족을 불문하고 새끼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자나 표범이라 해도 새끼들은 항상 여러 포식자들의 일차적인 표적이 되고, 생존률 또한 높지 않지요.

사람 또한 그런 걸까요? 그래도 우리는 본능에 의존하는 동물들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요즘 많이 흔들립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초원의 야생동물들처럼 보호자가 잠시만 방심하면 목덜미를 물어뜯기는 상황에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는 그렇게 자라지 않았으면서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야.’ 라는 궤변으로 아이들을 자꾸 바닥에서 바닥으로 밀어넣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작품은 글의 퀄리티와 재미요소도 훌륭하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도 묵직한 고민거리를 얹어주시는 작가님의 메시지 전달력이 기억에 남는 멋진 글입니다.

2019년의 마지막 날을 이런 좋은 작품과 함께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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