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기 전에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마디를 해야겠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분량이 더 길었어도 좋지 않았나 싶은데, 마무리에 대한 부분은 한번 짚고 넘어가기 위해 지금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고싶은 말은 했으니까요.
네,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이 글, 아주 재미있습니다. 사실 미스테리 장르를 기대하고 보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약간 김이 새기도 했는데 갈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더군요.
‘솔과 늑대와 죄수’는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한, 읽기 좋고 다 읽고 나면 만족스러운 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큰 줄기를 흔들림없이 잡고 가면서 긴장감도 상당하고 쉴틈없이 등장하는 격투장면도 볼만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격투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게도 거부감없이 읽히더군요.
내용도 아주 간단합니다. 시간적 배경도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고, 여러 사람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뜻하는 바가 뚜렷합니다. 여동생을 구하려는 출소자 오빠나 짝사랑 여학생을 찾는 남학생, 과거의 사건을 쫓아 학교에 잡입한 교감 등의 인물들은 이런저런 꿍꿍이 없이 그들의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직진합니다.
그들의 목적지에는 자신의 학교 여학생들로 추잡한 욕망을 채우는 교장과 그의 무리들이 있지요. 선과 악의 대립이 뚜렷한 글에는 후반부에 이루어질 천벌급의 권선징악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가 생깁니다.
이 글에서도 독자분들을 만족시켜줄 속 시원한 결말이 존재합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나면 방금 개봉한 사이다 한잔을 들이킨 것처럼 긴 트림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글의 선악 구분이 분명한 만큼, 작가님은 처음부터 양쪽으로 진영을 나누어놓고 이야기를 전개하시기 때문에 독자 또한 복잡할 것이 없지만, 인물들의 행동을 모두 설명하기엔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먼저 교감인 가연의 경우, 그저 전화로 상담한 학생이 자살했다는 이유만으로 우철과 행동을 같이 하고 교장을 죽이기까지 한다는 건 최근의 소설보다 무서운 사회상을 감안하더라도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장의 경우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인물인데, 기대했던 것보다 비중도 적고 그가 저지르는 일련의 행동들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해보여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요즘은 악당도 뚜렷한 소신이 있어야 하는 시대 아니겠습니까.
‘묻고 더블로 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더 매력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사실 이 작품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살짝 떼어다가 쓰고 싶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칩니다.
주인공 우철은 최근에 케이블 티비에서 방영되었던 사이비종교 관련드라마의 주인공이 생각나는 흔한 캐릭터지만 작가님의 손길을 받으니 또다른 매력의 터프가이가 되었고, 백 코치와 의문의 마스크남도 보는 맛이 살아있는 멋진 캐릭터들입니다.
행정실장과 우철을 힘들게 한 깍두기(?), 정신을 놓은 건지 척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관리인 등의 캐릭터들이 흔히 볼 수 있는 옷을 입고서 흔히 볼 수 없는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니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저 부러울 따름이네요.
글의 장점이 인물 뿐만은 아닙니다. 학교라는 고립된 공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잘 활용해서 글을 읽으면서 지루할 틈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먼저 언급했던 격투장면 또한 제게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격투와 관련된 글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현실감이 있고, 액션이 과하지도 않아서 글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우철 일행과 함께 학교 이곳저곳을 뛰고 구르며 한바탕 설치고 나니 어느새 하루의 오후가 다 가버렸네요.
글의 부제처럼 고립된 느낌은 사실 별로 안 들었지만, 아주 재미있는 모험 활극 한편을 즐긴 기분입니다.
‘솔과 늑대와 죄수’는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인 ‘방과 후 학교’라는 공간을 잘 활용한 뛰어난 액션 스릴러(제가 만든 장르입니다….작가님 죄송해요;;;) 라고 하면 어떨까 싶네요.
요즘처럼 추운 날, 밖에도 나가기 싫고 집에서 따뜻한 핫초코 한잔 놓고 글을 읽고 싶을때, 만약 제게 한 작품을 추천하라면 주저없이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작가님의 건필과 왕성한 작품활동을 기대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