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모스키토맨”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은 그냥 살아가는 것 뿐인데, 주변 사람들을 모두 괴롭히는 존재이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작품 내용에서도 잘 보인다고 생각되고, 본인도 그 사실을 안다. 그래서 그냥 “모스키토”가 아니라 “모스키토맨”일 것이다. 제 분수를 아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짧은 단편임에도 부산스러운 스타일을 잘 구현했다. 이런 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선뺏기 스타일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세계종말, 초능력, 가족 간의 갈등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핵심은 아니다. 상대가 미친년이라도 나는 로맨스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하찮은 존재인 나는 그 처참한 안목에 맞게 얼굴만 예쁘면 모든 영혼을 걸고서 로맨스를 해야겠다는 외침이다. 뭐 어떤가 자신을 한껏 낮춰 놨으니 로맨스라는 목표가 생기는 게 좋은 일 아닌가? 물론 여성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겠다. 무능력한 주제에 예쁜 여자 얼굴만 보고 사랑을 하겠다니.. 게다가 여자는 사기꾼 기질이 다분히 보이지 않는가?
그렇기에 남자 주인공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스타일이다. 동정하거나 혐오하거나..
공허하고 무능력한 인생에 세속적인 욕망 로맨스를 통해서라도 삶의 목표가 생기는 게 좋은 것이라고 봐줄수도 있겠고, 그런 망상에 빠져 날뛰는 남정네들을 현실에서 볼까봐 불안감에 시달릴 수도 있겠다.
스토리들 중에 주제의식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재밌게 전개하다가 불현듯 주제와 연결고리를 일깨워주는 작품들이 있다. 영화로 보자면 “테일 오브 테일즈”가 비슷해 보인다. 사실 언뜻 보면 부산스런 전개지만 알고 보면 의도된 배치들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상황과 사건으로 도입부를 만들고, 주인공의 차가운 현실들이 나열됨과 동시에 환각같은 전개가 동시에 이루어진 뒤에 결말로 가는 게 아니라 작가가 하고싶은 말로 끝맺는다.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생각도 없고, 세계를 구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되도 않는 말로 자기와 엮이고 있는 그녀와의 로맨스를 위해서라면 일단 뭐든지 해보고 싶다. 다른 건 중요한 게 아니라 독자들의 시선만 끌어주면 되는 것이다.
“모스키토맨”도 그런 종류 중 하나다. 하찮은 내가 미친 년이라도 사랑을 꼭 해봐야겠다고 마음먹는 데까지 전개되는 게 진정한 판타지 중 하나가 아닐까? 금지된 현실이기에 재밌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