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이 대개 그러하듯, 현대의 시 역시 일정 형식이란 것이 대부분 해체된 문학입니다. 거기다 태생적으로 그 정의 자체가 불분명한 것이다 보니, 소설이나 수필, 희곡 등에 비하면 많이 어렵게 느껴지고, 또 실제로 어렵기도 합니다. 더구나 그걸 비평하고 해석하기는 그보다 더 어렵다고 하죠. 이러니 자연히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대부분(아마 수능의 영향이겠지만) 시라고 하면 곧장 ‘난해함’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 탓에 겉멋에 취한 사람들에게 겉핥기 식으로 향유되기도 하는 애처로운 장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묻어두기에는 상당히 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노벨문학상을 밥 딜런이 받았듯, 사실 우리가 쉬이 접하는 노래 가사들도 따지고 보면 전부 시니까요. 따라서 싱어송라이터들은 모두 가수 겸 시인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 질적인 하락에 대해서는 차처해두고요. 전술한 겉멋과도 밀접한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선 저는 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기껏해야 국어 시간에 몇몇 시들을 눈여겨보았거나, 가끔은 감동으로 북받쳐 오르는 문학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 정도 외엔 평범합니다. 그러니까 이하의 감상들은 모두 개인적인 것입니다.
이 ‘어쩌다, 시를’이라는 시 모음집은, 전반적으로 잃어버린 상실감, 비교되는 결여감, 외로운 소외감, 그리고 이것들을 전부 한 틀로 묶어내는 두려움의 정서들이 깔려 있습니다. 꼽자면 각각 ‘오렌지를 먹는 동안’, ‘앞으로 나란히’, ‘반찬’이 그렇죠. 물론 저는 가장 최근작인 ‘기다리는 밤’을 가장 좋아합니다. 아마 작가분도 점점 성장한다는 의미겠죠.
연약한, 마치 유리와도 같은 섬세한 성정을 가진 사람에게는, 요즘 같은 세상은 몹시도 난폭하고, 제멋대로이며, 무신경한 곳으로 비춰질 수 있겠죠. 그렇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느낄 법한 슬픔, 공포의 감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정도가 제 생각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래 전부터, 정확히는 책이 아닌 구전이 주된 문학의 향유 수단이었을 때, 그리고 사실 최근까지도 시는 알게 모르게 사랑받고 대중과 밀접하게 관계 맺은 장르였습니다. 그러니까, 지식인들이 괜히 어려운 말, 꼬아놓은 표현과 은유로 만든 암호를 해독하며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는 지적 유희가 아닌, 대중들의 쉽게 접하고 다루는 놀잇감이었다는 거죠.
그렇다면 시는 뭐냐? 시를 뭐 어쩌란 얘기냐, 라고 묻는다면… 저라면 아마 ‘그냥 몇 개 골라 읽어보고, 좋다 싶으면 기억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떠올리든 읊어보든 끄적여보든 알아서 하세요’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사실 뭐, 시라는 게 별 거 있나요? 그냥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죠. 겉멋만 든 글들은 그리 오래지 않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겁니다. 자연스럽게 걸러질 거란 얘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시들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고민하다 이 리뷰를 보게 된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저는 좋았습니다. 물론 다 좋았다는 건 아니구요. 추천하자면 위에서 언급된 4개입니다. 그래도 어차피 소설이나 수필처럼 분량에 압도될 일은 없으니 그냥 다 읽어보세요. 그리고 좋은 것만 걸러내십시오. 딱히 좋은 게 없었다면… 그렇다고 해도 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겁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