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이 고민할 수 없었을까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분류 (작가: 이상문,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19년 12월, 조회 63

리뷰 공모에 부쳐 ‘전태일 문학상’에 투고했었다는 말씀을 보고 나름대로 발전(?)을 위한 내용 위주로 리뷰를 작성해보았습니다. 부디 불편해하시지 않기를 바라며 시작해보겠습니다.

 

 

쉽게 읽히지만 궁금하지는 않은

이 작품은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주인공 철민의 노동과 일상, 주변 인물들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솔직히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작품으로 본다면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크게 없다. 그나마 꿈을 꾸는 장면이 재미있는 장면이라 생각되는데, 그마저도 효과적인 장치라 보기는 어렵다. 꿈을 통해 철민이 자신을 폐기품들과 동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철민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다. 게다가 여기서 독자가 납득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 꿈에는 어떤 상징이 있고 왜 그것이 문제인지를 피력하지 않아 아쉬웠다.

무엇보다 노동소설이 꼭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혹은 프레임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순차적인 시간적 구성과 단순한 사건들의 나열 때문에 소설적인 장치와 고민이 부족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피상적인 고민들이 아쉬운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피상적인 수준에 그친 고민들이 아쉬웠다. 혹 노동소설이 쓰고 싶었다면 주인공이 다녔던 직장들에서 겪은 노동문제들을 집약적으로 다루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겪는 문제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노동시장이나 사회 환경의 문제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런 면을 파고들고 공부해서 작품을 집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도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용불안정을 겪는 요즘의 2030 세대다. 마치 자신이 남들과 비교해도 특별히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모자라지도 않은 존재. 그래서 폐기되는 편이 나은 존재라 느껴질 때가 분명히 있다. 그렇기에 더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단순한 공감에서 벗어나 철민의 감정과 생각들 또는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깊이 탐구하면 어땠을까. 개인의 삶에서 벗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성찰과 통찰을 보여주는 수준까지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결국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결국 위에서 말한 것처럼 치밀한 계산 없이 중구난방으로 등장하는 불합리한 현실과 주인공의 심리, 장면들 때문에 소설의 성격을 알기가 어려웠다. 특히 무엇을 지향하는지 그 메시지를 알기가 어려웠다. 현실비판적인 것도 그렇다고 인본주의적인 것도 아닌 작품의 성향 때문에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맨 처음에 말했듯이 이 작품은 전태일 문학상 투고를 위해 썼다고 했다. 나는 노동소설이나 노동시는 잘 모르지만 박노해의 시를 참 좋아했다. 노동자들, 사회적 약자들, 그밖에도 한없이 고단한 자들을 위해 그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곤 했다. 따뜻하면서도 희망찬 내일을, 때로는 노동자들의 잡초같은 삶을 치열하고 강렬하게 그렸더랜다. 그러나 어떤 작품에서건 그가 가진 특유의 굳건함만은 뚜렷했다. 단단한 반석 위에 쓰인 글처럼.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의 시가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도 어느 하나로 노선을 정해 앞으로만 쭉 나아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박노해를 예로 들었지만 작가관이란 하나의 일관된 내용으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작가들도 인간이다 보니 인생의 궤적에 따라 그 생각과 관점이 변화한다. 그러나 개별의 작품 하나하나는 다르다. 작품 하나 안에 하나의 완결성과 통일성이 없다면 앞서 말한 중구난방의 이야기가 될 뿐이다. 결국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메시지인데 이 메시지란 바로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인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메시지가 너무 약했다.

 

얼핏 보인 가능성이 있다면

위에서 아쉬운 점만 늘어놓았지만, 분명 종았던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철민이 물류창고에 반품되는 동물 사료를 보며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이처럼 물류창고라는 장소의 특성을 살려 현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그 구성이 평범하고 단조로운 만큼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이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도가 필요한 듯 보인다. 새로움에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도전할 때 발전이 있는 것이다. 그 시도가 여기서 언급한 동물 사료의 대량 반품과 애완동물 유기 문제가 아니어도 된다. 어떤 물건이든, 분류 작업 그 자체든 깊이 파고들어 하나의 메시지를 완성하면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좋았던 장면은 심 씨가 폐기물에서 나온 군것질거리를 사원들과 나누는 장면이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고단하고 피곤한 삶이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인간적이고 따뜻한 부분이 있었다. 이는 충분히 이 작가만의 장점이 될 수 있다. 깊고 짙은 어둠 속에서의 희미한 불빛이란 더욱 아름답고 찬란한 법이니까. 다만 그 어둠을 얼마나 처절하고 깊게 그려내느냐, 그 안의 빛을 얼마나 희망적이고 밝게 그려내느냐는 오로지 작가의 몫이다.

 

이상으로 리뷰를 마치려 합니다. <분류>는 분명히 막힘 없이 술술 읽히는 작품이었지만,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고 생각하게 만들 만한 치열한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읽고 분석해보며, 어떤 점이 좋았는지, 또 아쉬웠는지를 생각해보며 자신만의 길을 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된 글을 써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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