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 그 한 마디에 남겨진 이야기들

대상작품: <칵테일 사랑> 외 12개 작품
큐레이터: 드비, 23년 12월, 조회 61

그리움이란 뭘까요? 다 아실 사전적 의미를 묻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뻔할 것 같아서, 흔하디 흔한 신파를 그릴 것만 같아서 망설여지는 소재는 아닐까요? 하지만 분명 우리들의 마음 한 켠을 흔드는 단어임에는 분명합니다. 저마다 내면에 가진 경험- 기억과 추억이 다르니, 문득 떠오르고 만나지는 그리움에 대한 단상도 같을 수 없겠지요.

2023년 겨울의 어느 날에 모였던 13인 13색의 ‘그리움’을 소개합니다.

 

 

너무 순수해 보이는데, ‘동성’애愛를 걱정하고 고민하는 아줌마 세아의 이야기. 그 시절, 사춘기 소녀 세아의 풋풋함은 그땐 그랬지 정도의 아련함이지만- ‘마음 속’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설레하는 걸 누가 뭐라할 수 있을까요? 소심히 응원하게 되는 단편 드라마.

 

교통사고로 한쪽 팔과 가족을 모두 잃은 한 남자에게, 새로 얻었던 인공의 팔은 새로운 인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SF에서 흔한 설정이 되어버린 의체를 생각하자면 전뇌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쉽게 교체가 가능한 것처럼 묘사 되는 게 일반적이죠. 그러나 ‘그’에겐 그냥 일하기 위한 도구나 교체하면 그 뿐인 그런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가능케 했던 인공팔을 잃고서의 그 회한이 묘사되지만, 그가 그리워한 것은 정말 잃어버린 팔이었을까요?

 

세상에 태어난 아이 중 사랑받지 ‘않아도 되는’ 아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명제는 환경과 조건의 영향 아래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의 현실 앞에 그저 모순이 될 뿐입니다. 영민하고 수줍음 많았던 어린 J는 바람과는 다른 모습이 되어 가고, 다만 아프고 아련하게 J를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편지같은 형식, 먹먹한 안타까움을 주는 단편으로, 쓸쓸하지만 따뜻한 느낌입니다.

 

멸망이 예견된 부패한 성에서 만난 천사와 한 남자의 이야기. 쓰면서 작가 혼자 울컥했다는데… 정작 독자들에게 뻔한 신파로 느껴지면 어쩌지 고민했다는- 판타지. (본인 이야기므로 간단히 패스^^;;)

 

인간 같은 이름을 한, 인간 아니지만, 더 인간 같은- 인간이 자리를 비운 농장의 동물들과, 그들의 예사롭지 않은 춤파티와 수다 한판. 인간이 돌아온 후 자연스레 바뀌는 [동물어]에 아, 저것들 동물이었지? 자각하게 되는 재치 + 유쾌 + 환경 생각 한 스푼 우화.

 

사랑하는 이를 잃어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그 누가 쉽게. ‘그만 놓아주라’ 말할 수 있을까요? 잘못한 게 있다면, 해주지 못한게 있다면 더더욱, 회한은 그리움을 넘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것을 찾게 하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내가 옳다 생각한 게 정말 옳은 것인가- 인생의 수 많은 질문에 같이 생각해 봄은 어떨까요.

 

인류가 정착할 새로운 행성의 테라포밍을 위해 우주로 보내진 배, 거기서 태어난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분리와 잔존이라는 선택 앞에 풋풋하게 혼자 사랑했던 소녀를 떠나보냈던 소년과 그 추억이, 담담하지만 애틋함을 주는 SF 단편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내 마음이 같지 않았던 순간의 기억이 있으신 분이라면… 마치 내 아이가 그런 사랑을 한다면- 싶은 마음으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랬어요 ㅎ

 

오랜만에 들어온 소개팅에 나갈 채비를 하는 연서. 너무나도 소소하고 평범하달 수도 있는, 아팠지만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청춘의 한 순간이- 담백하게 쓰여있지만 반짝반짝 따뜻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작 중 서술처럼 이렇게나 그립고 애틋한데 돌아갈 수 없다는 게, 그걸 알면서도 생각보다 슬프지 않다는 게… 그 기분에 마냥 응원을 보내는 지인이고픈 심정이 되네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나’는 친구가 가져온 강아지 한마리를 맞이 합니다. 죽음 뒤 남겨질 아이를 생각해 밀어내기보다 그 눈에 아무 계산없이 드러나기만 하는 사랑에 ‘엄마’가 되기로 합니다. 순수(純粹), 무구(無垢), 반려(伴侶)의 의미를 강아지 도도의 시선과 작은 모험, 헤어짐과 만남, 함께함을 통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옛 사랑의 기억은 아프고 시리지만은 않습니다. 그걸 마주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순 있겠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순 없겠지만 다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좋았던 순간들, 서로를 바라보던 따스한 눈빛만이 남아, 다시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봄 같이 푸르고 아름다운 한 시절의 이야기, 애틋하지만 조금은 더 씩씩한 젊은 한 때의 초상(肖像)이라, 마찬가지로 독자의 응원을 유발하는 풋풋한 단편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먼 다른 우주,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였는지도 모릅니다. ‘자유’ 그 자체였다가 제약과 불합리로 점철된 지구의 한 육신에 들어가 있다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풀리는 봉인으로 인해 잊혔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또 다른 나는 다른 별에 있다면…  바람과 그리움, 다른 깨달음으로 인한 자유를 그리고 있는- 몽환적인듯 철학적인 SF 단편입니다. 독자님들 모두의 영혼이 다만 자유하기를.

 

긴 말이 필요 없네요. 초반 가볍게 시작해, 스릴러 같이 긴장, 몰입되었다가 ‘헉!’하게 되는…  단편의 맛이 살아있는 복잡+미묘+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주인공 노인 만의 그리움과 아집이 슬프네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내 삶은 달라질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된다면요…? 누구나 꿈꾸어 보았을, 근래 웹소설의 단골 소재인 ‘회귀’를 그리고 있지만 작가님이 그리고 있는 것은 승승장구가 아니라 선택에 따른 책임과 오히려 안타까운 상실인 것 같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연발하는 주인공을 보며 마냥 뭐라 할 수 없던 것은, 젊은 날의 나 역시 형편없었다는 자각과 반성이네요… 부디 이후 현실 우리 모두의 선택이 옳은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에게 ‘그리움’이란 무엇인가요?

단지 어떤 키워드를 접했을 뿐인데 어떤 기억, 작은 단상이 떠오른다면 주저 마시고 글로 옮겨 보시기를. 

글 쓰는 일이 내 인생을 증명하는 일이 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여러분 모두를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