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매력적인, 그러나 위험한(?) 그린레보 작가님 단편 모음 큐레이션 이달의큐레이션

대상작품: <죽음에 이르는 병, 발기부전!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 외 22개 작품
큐레이터: 드비, 19년 12월, 조회 260

그린레보!

-라는 작가님 작품들에 대한 큐레이션을 해볼까 합니다. 정말 우연히 이분의 단편 하나를 보게 됐고, 마침 리플베리를 얻고자 매일 댓글을 달던 시점이라…(저도 이분을 이용한 건 안비밀입니다) 단편 단편들이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몇 몇은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네. 어디까지나 평범한 독자의 시각에서 본 주관적인 큐레이션이니, 이 글이 작가님에 대한 흥미유발과 경계(?)의 작은 표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작가님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겁나게 소심한 주제에 ‘잘린 목’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겁니다. 아, 오해는 금물입니다. 반전매력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니까요. 물론 취향 탓에 모든 작품을 좋아하진 않아요. 다만 작품전반을 아우르는 탁월한 심상묘사가 돋보이는, 그런 글을 쓰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깨발랄 웃음, 드라마 같은 서정성과 미스테리, 잔혹한 고어를 넘나드는 그린레보님의 작품세계로 안내합니다.

(별점은 어디까지나,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본인이 세련된 평 따위 할 수 없는 B급이므로, 취향과 느낌에 기댄 초주관적 등급임을 알립니다. 별점은 6점까지 있어요^^)

 

 

1. 유쾌, 기묘 발랄한 이야기

 

제목에서, (아래 곧휴-작품도 그렇지만)이미 당신은 낚였다! .물론 나도 그랬다. 발기부전인 이에게 달라붙는 발기부전의 요정이 ‘여성’주인공에게 달라붙었다. 유쾌하다. 작가님의 신박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읽다가 빵터져서 옆의 직장 동료가 이상하게 쳐다봤었다. 단연 최고점 주기를 주저 않겠다.    별6

혹 작가님의 경험담이 녹아 있는 게 아닐까? 말랑말랑. 이 한마디로 족할 것이다. 므흣하고 유쾌하다. 편의점의 (마법)레시피라는 독특한 요소가 더없이 색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19금 요소가 있긴 하지만 애정하는 부부의 이야기니 뭐 흐뭇이 넘어가 주자.      별6

자뻑 소년×귀신보는 소년의 케미. 한 편의 엑소시즘 소년물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 다소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은 어떠랴. 이 같은 단편에 그런 걸 왈가왈부한다는 게 오히려 우스운 일이다. 재미있다.      별4

 

 

2. 소심하고 우울하고 대찬 작가님의 다중인격

 

자신의 심상을 ‘연약해 빠진 주제에 왜 이렇게 기질이 거친 건지’ 담담히 고백하는 주인공에, 굉장히 근사한 단편이라 생각했더니 작가님의 일기였다. 엿보는 듯한 맛이 있는 단편. 실제로 그린레보님은 ‘일간 김초코’라는 일기를 연재처럼 올리고 있기도 하다.      별4

소심한 그녀. 기분 나쁜 날. 환상같이 마주한 골목 속 이층저택 흔들의자, 메이드 중년여성과의 상담. 소설이 안써진다고 불평!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가 확실하다) 소심한 사람들이 터지면 무섭다. 완전자살 매뉴얼이 실제로 작가님 책꽂이에 꽂혀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주인공 왈- 잘린 목 좋아한다! 어쩌라고!? 시발! (아.. 네.. 알겠습니다… 깨갱. 정말 나한테 하는 소린줄…ㅠㅠ) 이 작가님 큐레이션을 써보고 싶다 느끼게 만든 작품.      별4.5

생면부지 타인과의 교감. 심오해 보이는 헛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봄직한.   별4

작가님의 경험담? 소심한 범죄…눈감아 줄게요 ㅋ   별4

소심하나 사랑받고 싶은, 그러나 비관적인 작가의 내면. 외롭고 자기를 이해할 사람은 없을 것만 같은 일본 장르문학 고서 매니아가 친구…를 만난다. 친구를 기대하지 말라고, 그런 건 현실에 없다고 하는 헛소리와 책은 나쁘지 않다는 자위.       별4

직장 때려치우고 소설을 쓰려는 예나씨가 ‘소설의 신’을 만난다! 소설을 쓰고 있고 글의 꿈을 가진 이라면 너무나 공감할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별5

뜨겁진 않았지만, 사랑이었을까? 누군가에게 주었던,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마음과 아린 추억에 대한 공감. 편의점 조끼의 친절이 따뜻하다..     별4

글 쓰는 주인공이 작은 번개모임을 가지는 이야기에 글 쓰는 이들이라면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는, 가볍게 즐길만한 소소한 괴담이다. O나 씨 시리즈는 모두 실화에 기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작가님 본인은 루나씨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는데, 의심스러운 건 왜일까?^^;;     별4

 

 

3. 기기묘묘한 이야기

 

죽은 친구가 작업한 일본작가의 전설적인 작품의 번역본 교정작업을 맡게된 주인공. 사람을 미치게, 행방불명으로 만들고, 죽게 만드는 책? 역시나 몽환적으로 죽음을 암시하며 좀 갑자기 허겁지겁 끝나는 것만 같아 아쉬운 작품이다. 작가자신은 실패작이라 하는데, 상당히 묘하며 독자를 끌고가는 흡인력이 있다. 정말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외에도 작가님의 일본작가와 작품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여러 편에 걸쳐 보여지는데 일본작품들이 그렇게 대단해?하며 흥미가 동하기도 했지만… 묘하게 불편한 건… 혹시 질투인걸까?    별4.5

분위기 있는? 중세 귀족가를 배경으로한 판타지 동화. 발효인형이라는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소재에 생명, 영혼, 그릇에 대한 신앙같은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다. 작가님 특유의 몽환과 고어함이 묻어나는 작품. 역시 작가님은 ‘잘린 목 성애자’가 아닐까 싶다.      별5

뭐야? 뻔하잖아~누구겠구만 했다가 헛다리 짚게 만든 서정적인 타임리프물. 양자역학의 무한반복? 잘 모르는 이들에겐 역시 어렵다…ㅠㅠ     별4

자살을 위해 모였던 사람들. 짜임새있고 급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에 다소 취향이 아니었음에도 재미있어서 빠져들 듯 보았다.   별4.5

 

이능력 집단(?) 도솔암 식솔들의 (그 중 귀신보는 태주의) 번외이야기. 정작 메인스토리는 아직 공개된바가 없다는 게 함정. 단편이라기 보단 짧은 중편하나 본다 생각하고 읽으시면 꽤나, 정말 재미가 있다.    별5

도솔천 연작중 하나. ‘두억시니의 한’에도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홍대식과의 상담내용을 작가 특유의 마음속 이야기 묘사들로 찰지게 채웠다. 제목을 참 맛깔나게 잘 지은 것이, 아마도 꽃집 아가씨 나은에 대한 남성들의 로망을 뭉개기위한 작가님의 질투같지만… (이정도로 사악이라 할 것 까지야? ㅋ) 싸릉훼여 나은씨~!!    별4.5

나와 잘린 마리 추리시리즈. 그러나 추리물로선 논거가 빈약하고 다소 서둘러 맺은 것 같은 아쉬움을 느낀다.    별3

철저히 성인용 잔혹 ‘동화’. 특히 후반부 개연성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으나 작가 특유의 개성을 한 편으로 엿볼 수 있는, 조금은 잔인한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다.     별5.5

 

 

4. 위험한 이야기

 

기괴,기묘, 혐오스럽다. 그러나 놀랄 정도로 흡인력있는 작품이라 꺼림직함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보고있는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생명과 근원적인 욕망을 까발린다. 남성이라면, 혐오를 느끼면서도 나도 저럴까? 자문할 지도 모른다. 수작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단지 일본 서브컬쳐 중에서도 다크한 작품 중 ‘만화’로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 작가님이 너무 그쪽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 그런 색채를 탈피하셨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별6

도솔천 연작중 하나. 크레이지 사이코 호모가 나온다고 글머리에 써놓으셨단 걸 잊고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다가 좀 힘들었다…ㅠㅠ. 동성애든 목적을 위해 친혈육의 살육을 방치하는 거든 나 같은 보통 인간의 기준으로서는 공감불가이지만 그 존재 자체가 인간도 신도 아닌 괴물로, 번뇌로 퉁칠만한 통각의 성찰을 즐기는 이라면 높은 점수를 주실 것 같다. 호불호(好不好)가 많이 갈릴 법한 작품인데,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호(不好).   별2.5

제목만 지나치게 평온하다. 레보님 글 중 본인이 유일하게 까는 작품이다. 심지어 편집부 ‘추천’까지 득한 이 작품에 나는 심한 혐오감을 느낀다. 뭐야 이 꼰대는? 하시는 분도 있으리라. 말했잖은가?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라고. 확실히 말해두는 것은, 나는 이 글을 통해 작가님의 창작을 제한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연찮게라도 이 글을 접할지도 모르는 순진한 독자들의 심적 내상을 염려하는 것일 뿐이다. 해서, Caution! 안내딱지 하나 달고 싶은 거다.

이 작품은 참으로 참신하고 여러모로 놀라운 상상력의 글이다. 그러나 보고난 후의 내상을 경고한다. 본인은 11살 아이의 아버지다. (나는 평범한 꼰대임을 인정한다) 두억시니의 한이나 이세상의 여왕까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마음 단디하고 읽어봐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잘린마리-는… 추천하지 않겠다. 그런 마음이다.

오해하실까 말해두는데, 마치 스너프 필름의 단두(斷頭)를 따라 묘사한 듯 혐오스런 초반 서술 때문만은 아니다. ‘두억시니의 한’ 같은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거기서도 인간같지 않은,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싸이코가 등장하지만 그에 대한 그로테스크함은 어찌보면 작품 속 당위를 가진다. 결코 고어함이 내가 이 작품에 느끼는 혐오의 근원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작가는 작중 정수와 잘린 마리의 대화를 통해 마음속에 깃든 변태적인 살인욕에 대한 비판과 생명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심어놓았지만 마치 욕망대로 이미 저질러 놓고서 왠지 욕먹을 것 같으니 그러면 안돼~ 하는 것 같은 설정삽입의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인간해체의 욕망을 품고 사는 정수는 평온한 일상의 탐정처럼 미스테리, 추리물의 주인공이 되어 마리와 대화를 이어나간다. 아무리 장르소설이라고는 하나, 소시오패스의 미화(美化)는 참으로 불편하다…

나는 정말로 작가님이 미스테리 추리물을 좋아한다는 걸 안다. 차라리 살인마가 따로 있고… 머리만 남은 마리를 구출하거나 주워오는 주인공이었다면, 그리해서 마리에게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식사로 제공해야만 하는(이건 정말 기똥찬 설정이라 극찬한다) 정수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별1

 

 

이상입니다! 저는 그린레보님의 작품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확실히 자기만의 색깔을 지니신 분이예요. 부디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소심한 그녀를 위해 단문응원 날려주시는 센스~!(단문응원은 글쓰는 이들에겐 영혼의 밥인 거 아시죠?) 하핫~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