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적으로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이는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정말 큰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사랑스럽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미묘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너무 힘들어서, 그 예상치 못한 불균형이 육아를 더욱 힘들게 하곤 한다. 말그대로 아이를 돌본다는 행위의 기쁨과 슬픔, 아니 즐거움과 괴로움이라는 것인데, 서계수 작가의 <아내의 미소>는 이러한 지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육아를 부부의 공동행위로 생각하지 않는 남성들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이러한 불균형을 더 극대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지지와 공감을 얻은 이유는 우리 주위에 보편적인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아픔과 상처를 겪고 있는 수많은 ‘김지영’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김지영씨‘의 삶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성들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삶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느 누구에게는 결코 경험하지 못한 또 공감하지 못하는 삶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많은 논란들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아내의 미소>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책임감을 가진’, ‘몸집이 크고 유쾌한 호인’, ‘사람 좋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등의 수식어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남성 중심의 문화 속에서 남성의 시각이 적용된 결과이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상대가 처한 상황과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시각으로만 판단하는’으로 바뀔 수 있다. 남성 중심의 역사와 신화로 인해 여성들은 배제당하고 추방당해왔다. 특히, 육아의 문제에 있어서 여성은 남성 보다 생활, 일, 꿈에 더 큰 제약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여성들에게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논하기 이전에 선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은 남성들이 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세계를 조망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혜택을 받아온 역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 속 아내가 지었을 미소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슬픔과 괴로움으로, 출구 없는 절망으로 무너지면서 안면의 근육만으로 가까스로 만들어냈을 듯한 그 미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