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하는 일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별 보인다. (작가: 박키다, 작품정보)
리뷰어: Meyond, 19년 11월, 조회 70

올려다 본 하늘에 별이 있은 기억은 이제 거의 10년 남짓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내가 1년째 임시로 머물고 있는 이 도시 밤하늘에도 별 한점 없는 건 비슷한 사정이지만 대신 이맘때 즈음이면 가이포크스데이를 기념해 불꽃이나마 잔뜩 볼 수 있는 건 행운이라 생각한다. 어쨌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내게 별은 너무 멀고, 그래서 내가 별에 관해 아는 거라곤 별과 인간이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인간이 죽어 별이 된다는 것도 영 물에 말아 먹어 치워버릴 쉰소리는 아니라는 사실 하나이며, 이마저도 ‘사실’이라 묶어내기엔 과학적 근거를 따져본 일이 전혀 없다(마찬가지로 10년 전 즈음 좋아한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말이다).

데이빗 보위가 세상을 떠난 게 언제였는지 이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3년 이내 정도겠거니 하고 있다). 내가 아는 유일한 보위의 대표곡은 SPACE ODDITY이고, 그가 한때 사카모토 류이치와 함께 영화를 찍은 일이 있었다는 것 정도가 그 이름으로 내게 남은 기억의 전부다. 5년 전만 해도 엄마에게 이런저런 과거 일을 재미 삼아 캐물으며 매번 돌아오는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하는 말에 재미 삼아 타박하곤 했는데, 요즘은 신기하게도 많은 것들이 흐릿하다. 이를 영어식 시제로 표현하자면 현재 완료(용법은 모르겠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렇게 되어있음을 이제 깨달았다고 해야겠다. 망각의 순기능이 진화와 결부하는지는 살짝 의심스러운 바이나, 이것이 유전자에 새겨져 후대로 전해지는 기질이라는 점에선 작가와 의견을 같이하고 싶다. 그리고 도태됨으로 잊지 않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도태되는 것도 괜찮은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태’가 상태에 가까운 동사인지, 결과에 가까운 동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젯밤 나는 비교적 일찍 잠들었고, 오늘은 아침 10시 반에야 일어났다. 출/퇴근하지 않는 삶이 좋지만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듯한 기분에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 불안함을 씻어내려 기상 직후에는 공원에 뛰러 나간다. 돌아와서는 마트에서 산 원두를 성의 없이 내려, 자리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커피를 마셨다. 오후에는 한국에서 첫 선물 소포를 하나 받았고 표면이 반질한 새 책에는 친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우린 데이빗 보위가 지구별을 떠난 해에 처음 만나 출판 번역 수업을 함께 들었고, 친구는 이제 (늘 왜 만드는지 의심하면서도 잘 버리지 못하는) 책 띠지에까지 이름이 새겨진 어엿한 번역가가 되었다. 그 결실이 진심으로 기꺼우면서도, 아까 아침에 공원에서 숨을 헥헥대며 벗어두고 온 불안이 새 옷처럼 뻣뻣하게 다시 온몸을 감싼다. 그래서 딱히 바쁜 일은 없지만 뭐라도 하는 척 메모장을 띄워 놓고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쓰기 시작했다. 이 리뷰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곧장 간장 게장을 먹으러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아주 마음에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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