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웹소설 플랫폼들과 차별화되는 브릿 G의 좋은 점이라고 하면 역시 장편 미스테리물이 많다는 겁니다. 로판과 판타지, 무협이 지배하는 여타의 플랫폼들에서는 보기 힘든 뛰어난 호러, 미스테리, 스릴러 물이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지요.
아무래도 미스테리물은 ‘장편’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선뜻 손을 뻗기 까다로운 장르인 건 틀림없습니다. 끝까지 읽어야 이야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중간에 잠시 공백기를 가지거나 연재가 얼마간 중단되기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되도록이면 호러나 미스테리 장르의 장편들을 독자분들께 자주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씽 앤 고스트]는 장편 미스테리물에 관심을 갖고 계신 독자분들의 입문용으로 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옴니버스 스타일의 미스테리물이고 한 챕터 당 10화에서 15화 정도의 분량이기 때문에 한 번에 읽어나가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오컬트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가 부담스러운 독자분들에게도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
이 작품을 보는 제 기준에서의 장점을 뽑아보자면 일단 여러 강력 사건을 다루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고어라는 장르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언제부터인가 미스테리 호러 장르에는 지나치게 잔인한 표현이 작품을 뒤덮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이 작품은 살인, 납치와 같은 강력 범죄가 주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표현보다 인물의 대화나 서술로 주변 상황을 표현하는 작가님의 글솜씨가 아주 좋습니다. 자극적인 부분을 배제하고도 충분히 섬뜩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작가님의 자신감일까요? 무엇이던 간에 저는 작품 전체에 흐르는 파스텔 톤 같은 분위기가 이 작품만의 매력을 높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소재로 상반된 두 가지 소품이 등장하는 것도 작품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부적과 카드라고 할까요?
주인공 손 옥희는 타로 점을 봐 주며 지내는 70대 여성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의 유산처럼 물려받은 신의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옥희의 신기는 꿈으로 주로 표현이 되는데, 그 모습이 매우 기괴하고 그녀를 두렵게 하기 때문에 옥희는 자신에게 내려지는 계시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심성이 고운 그녀는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힘든 신묘한 일을 겪는 사람들의 고통 섞인 외침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것이 자신과 자신을 돕는 동생에게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작품에서 타로 카드는 옥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진의를 밝혀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자칫 너무 어두워지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무속화로 가득 찬 어두운 방에서 붉은 색 주단이 깔린 원형 테이블로 장소가 바뀐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훨씬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집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타로 손님들과 옥희가 나누는 대화는 타로 점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이야기의 무거운 공기를 환기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 중 한 가지는 웹 소설로 읽기에 아주 좋다는 점입니다. 옴니버스 스타일의 구성이고 중간중간에 쉼표처럼 타로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재미있는 오컬트 미스테리 단편 한 편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장편으로 쭉 읽어나가는 것보다 가끔씩 쉬기도 하면서 읽기에 좋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제게는 이런 부분도 작품의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무래도 1000매가 넘는 장편 웹소설을 한 번에 완주하기는 쉽지가 않기 때문에 몇 회에 걸쳐서 읽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결말까지 읽기 좋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등장인물 또한 이 작품의 매력 요소입니다. 처음에는 단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부분이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오더군요. 옥희씨의 캐릭터가 매우 독특한데, 경찰도 버거워하는 사건의 진상을 바로 파악해버리지만, 금세 체력이 떨어지고 몸을 써야 하는 일에는 겁을 내는 모습이 연료를 자주 채워줘야 하는 클래식 자동차 같습니다. 대신 옥희 씨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동생과 아직은 베일에 싸여있는 여러 인물들이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해줍니다.
원래 이런 스타일로 풀어가는 장편의 경우, 소재가 충분할 때는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다가 관심을 끌 만한 소재가 떨어질 무렵 갑자기 주인공과 주변인의 이야기로 무대가 넓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제 경우는 그 시점에 작품에 대한 흥미가 조금씩 떨어지더군요. 옴니버스 스타일의 장편이라 해도 주인공과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는 주변 인물들의 설정은 독자들이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미리 뼈대를 갖추고 초반부터 설명해나가는 친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일들을 아주 잘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이야기의 중반부도 가지 않은 시점 같아서 감히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작품은 오컬트 계열의 미스테리를 좋아하고 너무 자극적인 표현이 불편하다 생각하는 독자 여러분들께 아주 좋은 선택이 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타로 카드와 카드 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앞으로 타로 카드를 통한 다양한 이야기가 더 추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타로가 이렇게 매력적인 소재였는지 이번에 알게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감사 표시는 작품 완주로 하겠습니다. 브릿G의 독자 여러분들께도 꾸준히 읽어볼 만한 작품으로 추천을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