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탐정과 히어로 아줌마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앞뜰과 뒷동산에 (작가: 치즈셀러, 작품정보)
리뷰어: 주렁주렁, 19년 10월, 조회 111

보랏빛 꽃잎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에서 한참 동안 생각했다. 출산 후에는 이런 일이 잦았다. 혼이 나갈 정도로 정신없이 일과를 보내다가 갑자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오면 얼음처럼 멈춰있다. 그럴 때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다. 이럴 줄 몰랐어. 이럴 줄 몰랐어. 요즘 내가 제일 많이 되뇌는 말이다. 이제는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도 상상력만으로 다가올 시간의 공백을 촘촘히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지금의 시간이다. 오늘은 꼭 시체를 찾고 싶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남편과 함께 깡촌으로 이주한 ‘나’는 쌍둥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독박육아 중입니다. 초보 엄마라 쩔쩔 맬 일이 많은데 동네 박씨 아줌마가 히어로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고요. 그러다 박씨 아줌마가 사라지고 ‘나’는 아줌마가 살해당했을 거라 짐작하며 시체를 찾아 다닙니다.

 

읽는데 지인이 한 말이 생각나더군요. 지방 소도시에서 돌이 안 된 아이를 키우는 지인의 친구가 동네에 자기 미친*이라고 소문났을 것 같다고. 왜 그런가 했더니, 밤마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힘드니까, 아랫집에서 항의들어올까도 걱정되고, 또 답답하고, 해서 포대기로 애를 업고 밤 10시든 새벽 1시든 2시든 나가서 애가 잠들 때까지 그 컴컴한 길을 계속 걷는다는 설명이었어요. 왜인지 읽으면서 저 이야기가 생각나더라고요. 

 

정보가 제한된 낯선 곳에서 살게 된 주인공이 살인사건을 짐작하지만 증거도 없고 믿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독박육아 중인데 탐정 역할을 하는데 제일 걸림돌이 되는게 독박육아 중인 상황입니다. 주인공인 ‘나’가 사건 해결에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이 낮잠 자는 오후의 2시간 정도 밖에 안 돼요. 치즈셀러 작가님의 [앞뜰과 뒷동산에]의 주인공은 이 제한된 조건 내에서 범인을 찾아야 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결과는 아주 훌륭한 것 같습니다. 소설의 리듬감이 정말 좋고요, 배경도 생생하고, 캐릭터들도 굉장히 생생해요. 단락 구분 없이 지나치게 빡빡한 글(꼭 이 글뿐만이 아니라 브릿G의 많은 글들이 마찬가지인데, 폰이나 탭으로 열었을때 엔터가 없어서 화면을 꼭 채우는 텍스트의 양이 독자에게 읽기도 전에 얼마나 부담감을 주는지 고민을 좀 해보셨음 좋겠습니다. 문맥상 엔터로 나눌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고 짐작은 합니다만, 폰이나 탭으로 읽는데 있어 좋지 않아요)이 압박감으로 다가오기는 합니다만, 이 외에는 아주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작 소설 형태로 계속 이어졌음 하는 소망이 생기더라고요, 다 읽고 나니. 굉장히 가능성이 많은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 단편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대로 단편으로 끝난다면 너무 아깝네요. 물론 이 단편 자체만으로도 좋기는 하지만요, 장편이나 연작소설로 가면 더 반갑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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