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자기완결적 세계관과 너 그리고 너 단상

대상작품: 장미정원 (작가: 도래솔래, 작품정보)
리뷰어: 밀사, 19년 10월, 조회 100

제목은 낚시입니다. 낚시이기만 할까? 음.

장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한함이 아니라 유한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확장이 아니라 자기완결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거울상을 몰랐던 시절의 장미에게 자신의 가능성은 무한하기에 사무치는 것이 아니었을까.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밀물에 다다라서야 그는 한계선을 취득했고, 유한함을 배웠고, 그제서야 생성되는 가능성의 여지를 찾아낸 것이겠죠.

블랙홀의 끝에는 웜홀이 있다고 했던가요. 웜홀로 빠져나가는 데에 성공하면 비로소 평행세계에 저마다의 자신을 놓을 수 있나요? 장미는 참으로 어린왕자와 함께 하던 시절을 사랑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그토록 간단히, 가볍게, 스스로의 생명을 떨칠 수 있었던가봐요. 그에게는 “자신을 잘 앎”이 사무치는 진실이었을 거예요.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습니다. 자아도취로써 설계된 협소한 자기완결적 세계관을 빙빙 제자리걸음할 뿐인 유미주의자- 곁의 주변인은 필연적으로 지독한 고독을 겪게 되는가봐요. 이 고독이 가파르게 가속화되면, 그는 결국 없는 자리를 그리워하고야 말 것입니다. 저는 어린왕자이기보다는 장미 같은 사람이었어요. 자아도취를 즐기는 인간답게, 저는 이 이야기를 어떤 평행세계의 나에 대한 예언서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제 주위의 사람들에게 측은지심과 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명멸하는 별빛 같습니다. 이미 사라진 별의 잔영이면 어쩌지. 하지만 마음만은 존재보다 오래 남을 거예요. 유한한 것을 유한함에도, 유한하기에 사랑했던 그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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