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갈등이 화해로 이어지기까지. 의뢰(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최후의 훈민정음 (작가: 리컨, 작품정보)
리뷰어: Ello, 19년 10월, 조회 85

1.

이야기의 시작에서 끝까지 영화 <마지막 생존자>와 비슷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비 영화를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라 다른 것도 아마 비슷한 내용이 있을 것 같지만.

처음에는 이 방송이 들린다면~ 으로 시작해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모으려는 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마지막에 다른 인류가 모여있는 희망의 장소로 가는 마무리까지요.

<최후의 훈민정음>이라는 결의가 느껴지는 제목에 “제발 한국말을 ~”이라는 애타는 문구, 한글 저항군이라는 마치 독립군을 연상시키는 말을 듣고 있다보니 굉장히 심각하고도 결사적인 글인가 보다 하고 있다가 터미네이터의 메인 테마를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상황이 연달아 나오니 헛웃음이 터지긴 했네요.

 

2.

저는 이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제목이나 등장인물의 이름이 많은 걸 함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김교수가 손자의 이름을 서준에서 세종으로 바꾼 건 참 뜻깊은 일이기도 하지만 김교수의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여 준 것 같아서 의미심장하다고 봤어요.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부모가 마지막으로 “우리 서준이”를 부탁하다고 했을 때는 그 장면을 생각해서라도 애틋한 마음에 이름을 못바꿀 것 같은데 한글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와 친조부모의 권한으로 아이의 의견을 묻지 않고 ‘세종’으로 개명한게 배운사람으로, 그 나이로 남의 말을 안듣는 김교수의 성격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사족 같은 느낌 없이 배경으로 잘 깔렸다고 생각했는데 건호의 말을 통해서, 세종과의 대화를 통해서 또 아내를 버리고 가자는 행동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겹겹이 쌓인 김교수의 고집스러움이 있으니 건호의 말에 더 귀 기울일 수 있었던 거겠죠.

 

3.

 

배경이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흥미를 잃게 되긴 해요. 적절한 현실과 가상을 섞는다고는 해도 그 배경설명 부분만 소설이 아닌 다큐를 보는 것 같달까. 진지함이 흥미를 잡은 모양새라 그 부분을 좀 보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에 분가나 전문대는 음.

아마도 배움의 장단에 관계 없이 누구든 꽉 막힌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깨우쳐주는 자도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넣으신 것 같지만 굳이.. 세종이 어디서 배웠냐고 물을 필요가 있었을지. 그걸 알고는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세종이 한국의 대학에 대해 과연 알 수 있었을까요?)

한글 이야기로 시작한 것과 다르게 건호도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김교수도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룰 만한 낌새가 보이는 걸로 새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또,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 건 건호지만 김교수의 입장을 많이 옹호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한글에 미련이 있는 어떤 세대에 대한 변호이기도 하겠지요.

 

이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리뷰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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