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270매에 달하는 긴 단편 소설입니다. 조금전에 다 읽었어요.
분량을 먼저 확인하고 읽으면서 걱정을 좀 했는데 끝까지,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다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간간히 아슬아슬하다 생각했어요. 너무 많은 걸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설명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소수자에 촛점을 맞춘 이야기인가 싶다가도 뒤로 가면서는 처음에 받은 인상과 달라지고요. 그래서 너무 많은 것을 단편 소설에 하나에 다 담으려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다 읽고 나니 좋네요. 아니 왜 저렇게 등장인물들이 뭘 많이 먹나(그것도 일식 중심), 고독한 미식가 소설 버전인가 잠깐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다 읽고 나니 좋으면서, 그 앞서 과잉이라고 느껴졌던 식사 장면 같은 것들이 사족처럼 느껴지지가 않더라고요. 물론 등장인물들이 말이 너무 많고 다들 같은 말투를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읍니다만은, 끝까지 다 읽고 나니 뭐 그래도 괜찮지 않나, 소설이 꼭 매끈하게 빠져야 하나 – 싶더라고요.
저는 바르데 작가님의 [순간 이동자]를 일상물로 읽었어요. 힐링물이란 생각도 잠깐 했고요. 순간이동자들 개개인의 삶이, 특히 세유와 유라 저마다의 삶에서의 시간이 겹치는 부분이 잠깐잠깐씩 있고….두 여자의 우정 이야기로 다가오더라고요. 서로가 자신의 삶에서 만났던 시간은 길지 않을 수 있지만, 순간 이동이라는 걸 매개체로 해서, 낯선 타인과의 접점이 생기고 또 멀리 떨어져있더라도 가끔 서로를 생각하면서 안녕을 빌어주는 느낌? 그래서 다 읽고 나니 잔잔하면서 좋더라고요. 거창하게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같이 한 끼니가 몇 끼 되지 않더라도, 시간은 흘러가고. 또 이러다 소설밖에서 연락이 끊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둘 다 앞으로 알아서 계속 나아갈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덧. 단편이 길기도 하지만 소설 내에서 3년 정도 시간이 경과합니다. 저는 이 시간이 흘러가는 게 (혹은 시간이 쌓여가는 게) 이 소설이 가진 장점이라고 봤어요. 때문에 소챕터에 연도를 넣거나 1,2,3이라도 넣어서 등장인물들이 알게 된 후에도 시간이 쌓여가는 걸 독자가 쉽게 알 수 있게 형식상의 편집을 하는 게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