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우주 같은 이 세상에서-소행성 삼촌과 조카님의 이야기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밤 하늘의 유령 (작가: 최의택,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19년 10월, 조회 88

작품 초반은 특유의 유머감각 덕분에 실실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 많다.

 

대학생인 ‘나’는 친누나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그곳에서 조카 혜성을 만나고 이 만남이 우주적인 사건이라고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나’의 혜성이를 보는 시선은 참 따뜻하면서도 재치발랄하다. 대학생활에 나름의 기대가 있었던 나에게 혜성이는 보기만 해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존재이다. 이런 조카의 마음을 사로잡아보려는 ‘나’의 노력은 귀엽기도 하다.

작품 초반은 실실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 많다. ‘나’와 혜성이가 우주에 열광한다는 공통점을 통해 유대를 쌓는 과정에서 특유의 유머감각이 툭툭 튀어나온다. 삼촌과 조카의 엉뚱한 케미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특히 누나 몰래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를 훔쳐보는 장면은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헷갈릴 만큼 재치있었다.

작품 중반에 들어서면서 ‘나’는 과거를 떠올린다. 계기는 혜성의 가족신문이었다. ‘나’는 어릴 적에 곧잘 빅뱅 이전에 우주 바깥은 어떻게 생겼냐며 물어보곤 했었다. 그중에는 누나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 누나가 임신했음에도 그녀를 버린 남자를 떠올린다. 바로 혜성의 아빠이다. 혜성은 가족신문에 아버지를 떠올려야만 했다. 엄마조차도 그런 사람 없다는 식으로 치부해버리는 이를.

‘나’는 아빠를 보고 싶다며 시간여행이 불가능한 건지 묻는 혜성이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결국 혜성이에게 아빠의 사진을 보여주자며 누나에게 제안한다. 누나는 아빠의 존재를 알려 혜성이가 상처받을까 봐 고민하고 갈등하지만, 결국 혜성이의 생일에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주기로 한다.

 

작품을 읽는 내내 달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붕 떴다가 다시 가라앉는 걸음걸이처럼.

 

작품은 우주와 비유해 나와 혜성이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나’는 혜성이의 소행성이 되었다며 혜성이의 주변을 계속 맴돈다. 혜성이 또한 그런 삼촌을 싫어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이 묘한 관계는 호기심과 애정, 관심으로 그려지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나’의 어릴 적 질문이 어쩌면 우주의 기원이 아니라 ‘나’의 기원을 물었던 게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두 캐릭터를 관통하게 된다.

한편 두 캐릭터 외에 등장하는 누나 캐릭터는 참 현실적이면서도 시니컬한 성격으로 적절한 균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삼촌과 조카만 등장했다면 작품의 분위기는 우주 속에서 무중력 상태로 붕붕 뜨는 것처럼 가볍게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나가 가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며 중력의 무게처럼 작품의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그래서 작품을 읽는 내내 달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붕 떴다가 다시 가라앉는 걸음걸이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소행성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누군가에게 소행성일 수 있다. 주변을 맴돌지만, 결코 섣불리 다가서지 않는, 조금씩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고 기꺼이 사랑을 주고자 하는.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 자처하여 그 역할을 감당할 때도 많다. 가족, 연인, 친구 어떤 관계이든 마찬가지이다. 나 또한 그런 존재로 살아가며, 누군가가 나의 소행성이 되어줄 때도 많다. 이런 우주적 관계란 참 따뜻하고도 신기하다. 그 관계는 아무런 조건도 없는 법이니까. 아마 블랙홀이나 시간여행처럼 절대 풀 수 없는 신비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는 이 글을 쓴 사람은 어떤 이일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분명 작품 속 삼촌처럼 따뜻하고 순수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조금은 엉뚱하고 소소하게 유머감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본인은 기본적으로 작품과 작가를 구분해서 보곤 했다. 그것이 작품과 작가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여. 작품 속에서는 많은 이들이 실제 자신과 다른 모습을 그려내곤 하니까. 하지만 이번만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작품 속에 녹아든 인간미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그런 것 말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기분 좋은 울림이 있었던 작품이다. 다른 이에게 ‘웃음’과 ‘힐링’을 위해 꼭 추천하고 싶다. 브릿지에서 보기 힘든 따뜻한 글이라서 더욱 그럴지도…(웃음) 이상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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