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얻으려 하는 안드로이드는 독특하지만 전에 없던 소재는 아닙니다. 딱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붓다를 꿈꾸다]라는 논픽션도 있고요. 브릿지에서도 불교+안드로이드 조합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SF와 불교에 모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던져볼만한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합니다.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있을 법한 몇몇 사건들이 안드로이드에게 깨달음을 주는데, 그 결론이 새롭습니다. 하긴 싯다르타도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이들을 보고 수도승이 되었다고 하니까요.
이 소설을 이해하시려면 불교 교리를 약간 알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 역시 불교도는 아니고 윤회를 믿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불교에 관심이 있어 어느 정도 공부를 했습니다. 불교는 종교이지만, 세속적인 면도 많습니다. 철학적이고 과학적이죠. 현대 심리학과 닿는 부분도 많아서 로버트 라이트 같은 심리학자가 [불교는 왜 진실인가] 같은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조금 알아가셔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네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태어난 이상 늙고 병들고 죽습니다. 물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명은 연장되고 있고요. 눈이 안 좋아지면 돋보기 안경을 쓰고, 주름을 펴려고 보톡스를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생로병사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든 “나도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염세적인 기분에 빠지게 되죠. 어차피 죽을 거면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문제는 생물은 집착한다는 겁니다. 아프지 않고 행복하길 바라고요. 젊고 영원히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고통스럽게 됩니다. 이걸 괴로울 고苦 자를 써서 고라고 부릅니다.
이게 원래는 12연기라고 복잡한 단계가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단순하게 이해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어떤가요? 공각기동대 같은 여러 작품에서 묘사되어 왔듯이, ‘내 몸’이라는 게 없지요. 몸이란 정신을 담는 그릇일 뿐이고요. 부서지면 다른 몸으로 교체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니 늙고 병들 걱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 기억이 날아가면 어떻게 하나요. 이 역시 블록체인 클라우드에 분산 백업 시키면 걱정이 없습니다. 자원이 고갈되서 인류 문명이 멸망하지 않는 한 아마 영원히 살 겁니다. 그러니 안드로이드는 생로병사를 어느 정도 초월한 존재인 셈이죠.
그런데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은 고통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사성제1라고 해서 고통을 알고, 고통이 생기는 원인을 알고, 고통을 없앨 수 있음을 알고, 고통을 없애는 방법을 깨닫는 게 목표입니다.
잠깐 그러면 고통을 느끼지 않는 안드로이드는 깨달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여기서 닳고 닳은 판타지와 SF클리셰가 반복됩니다. 신이나 안드로이드와 달리 인간은 필멸자이기에 불완전하고 고통스럽지만 고통을 극복하여 깨달을 수도 있다.2 역시 인간은 아름답다. 인간 만세!
불멸자는 고통 받는 인간을 부러워하고 질투해야 할까요.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안드로이드거든요. 클리셰에 안주하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갑니다. 주인공이 어떤 깨달음을 얻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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