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희망속에 갇힌 인간들 감상

대상작품: 베란다 안에 갇힌 좀비들 (작가: 연희, 작품정보)
리뷰어: 그리움마다, 19년 10월, 조회 39

죽고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내가 죽는다면 이라는 전제는 생각해봤어요.. 자의가 아닌 타의나 어떠한 이유로 인해 죽었을 때 내가 아닌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것이죠, 죽는 자야 죽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죽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고통스러울 진 몰라도 그것은 그 순간일 뿐이니까요, 스스로 죽음이라는 것을 택한 것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 죽음이 나를 찾아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내가 죽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죠, 단지 나의 죽음으로 인해 이를 감내하거나 힘들어하거나 심지어 다행이라고 여겨질 지도 모를 주변인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이 현실의 삶이 오히려 죽음보다 힘겨운 분들도 많으실겝니다.. 우울하고 현실의 나락이 끝없이 자신을 바닥으로 내모는 듯한 아프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분들도 수없이 많으실겝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살만이 답이라고 여겨질테니까요, 물론 제발 그러지않길 바라는 마음이 뉴스를 접하거나 사회의 어둠속에서 힘겨움을 견뎌내지 못한 분들의 선택에 암담해하면서 왜 우린 그들을 보듬고 포용하고 이해하고 알아주고 함께하지 못핸나 뒤늦게 후회하게 되지만 말입니다..

간만에 만나는 작가님이십니다.. 예전에 많지는 않지만 몇몇 작품으로 나름 개인적으로는 친근한 작가님이시죠,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작가님 특유의 감성적 어둠이 작용하는 작품이군요, 좀비를 설정한 작품의 내용은 하나의 가족과 그 내면의 삶에 대한 어두운 일상과 편견과 불통과 광기와 집착과 수많은 상처로 둘러싸인 슬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이러한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우울한 면을 극대화시키는 방볍적 스토리에 익숙하신 분이시란걸 몇 작품을 통해 경험한 지라 이번에도 이러한 작가님의 의도와 상황적 연결로 이어진 작품의 이야기에 집중해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좀비물이라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작품은 여느 좀비작품처럼 상황에 집중하고 좀비라는 설정적 소재에 관심을 가지는 작품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죠, 그리고 제가 읽었던 작가님의 이전 작품속에서도 언니라는 관계적 설정에 많은 부분이 적용된 것처럼 이번 작품도 가족내 언니와 동생인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가족에서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한 한 아이의 아픔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라는 존재는 스스로의 존재성에 대한 의심과 불안에 시달려오죠, 어린 ‘나’는 늘 죽고 싶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비참하고 피곤한 삶이라 여기는 것이죠, 왜일까요, 작가는 현재 자살한 아버지의 모습과 베란다에 갇힌 체 엄마의 살점을 뜯어먹고 있는 언니의 상황을 우선적으로 드러냅니다.. 왜 이들은 이러한 비참한 상황에 놓여진 것일까요, 작가는 과거 가족의 삶과 언니와 ‘나’의 이야기와 조곤조곤 작가의 암울한 감정선을 공유하며 집중하면서 현실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됩니다.. 가족에서 언니와 언제나 비교를 당하며 언니의 삶에 빗댄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나’의 스토리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죠, 가족이라면, 부모라면 당연 시 되어야할 자식에 대한 애정의 동질성이 이 작품에서는 편애와 소외와 무시로 일관하는 것을 우린 보게 됩니다..

여전히 베란다에 갇힌 언니는 자신이 물어뜯은 엄마를 좀비로 만들어 갇힌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만 그런 언니와 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과거로 회귀합니다.. 독자들은 현실에서 천정에 넥타이를 매달아 자살을 택한 아버지를 내려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나’의 무심한 감정을 보면서도 일반적이지 않고 비이성적인 인물의 감정선을 독자들은 왜, ‘나’라는 인물이 현실속에서 괴물같은 좀비가 되어버린 언니와 어머니보다 인간으로서 살아남았지만 더 괴기스럽고 무서운 존재로 느껴지는가 어아해하게 됩니다.. 과거의 이야기속에서 ‘나’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현실이 견딜 수 없이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는 것을 전제로 서사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현실속의 이야기에는 그 죽음을 생각하면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가 애써 생존하려는 스토리가 이어지죠, 한 개인의 이기적이면서도 어지러운 감정의 혼란서러운 방향성을 이해하긴 쉽지 않아보입니다.. 특히나 과거속의 이야기속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스토리는 제 개인적으로는 앞뒤가 잘 맞지 않아보입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나 언니와 나의 연결이나 서로의 증오와 외면과 질식할 것 같은 가족의 불통적 관계는 소설을 이어나가는 개연성을 맞추기에도 어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어느정도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작가가 의도한 좀비적 설정의 구성에서 그 원인과 방법적 의도를 대강 인식하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이어진 이야기는 반전이나 충격적인 스토리로서의 독자들이 생각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당연히 그러했을 것이라는 짐작들이 상황적으로 그려짐을 만나게 되죠,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인물적 설정과 소재가 아닌가 싶긴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전혀 틀어진 부분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과거에도 느낀점이긴 하지만 작가님께서 작품속에 작가님이 의도한 인간의 예민하고 극단적인 감정적 슬픔과 광기적 측면을 부각시키고자 조금은 과도한 감정선의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저도 문외한이지만 이러한 과도한 감정적 문장과 직접적인 암울한 설정의 문장들이 주는 과도한 감정적 몰입은 오히려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 역시 알지는 못하지만 혹시라도 이러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과 관련된 상황적 몰입에 있어서 직접적인 단어의 감정의 표현보다는 분위기와 상황속에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가님의 문장과 표현이 주는 강한 극단의 감정에 대한 공감을 해주시는 독자님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저로서는 시작점부터 대놓고 암울함을 강조하는 듯한 의도로 제시되는 문장들이 조금은 공감하기 쉽진 않았습니다..

많은 좀비작품들이 있기에 웬만해서는 좀비물의 독창성을 찾아내기가 쉽진 않죠, 이 작품 역시 좀비물에 빗댄 현실적 가족의 암울한 이면을 표현하였지만 엄연히 좀비물이기 때문에 작가님께서는 후반부의 좀비적 구성으로 마무리를 하고 결말을 이끌어내셨습니다.. 작가님의 의도대로 처음과 끝은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간은 엄연히 좀비물입죠, 좀비와 관련된 작가님의 서사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남는 것은 여전히 처음과 마지막이죠, 아마도 작가님이 드러내고 싶은 극단적인 감정적 토로를 어떻게해서든 이끌어내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재미가 있어야되는데 저로서는 그냥 힘들고 나를 알아주지 않고 나만이 견뎌야하는 생의 슬픔올 죽고싶다는 생각만 줄기차게 하는 작품으로만 느껴져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스토리나 서사에 있어서도 흔한 장화홍련적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한 듯 싶었구요,

결론적으로 아픔과 슬픔과 어두움과 고통이 담긴 작품속에서 희망을 찾고자하는 저같은 독자의 입장에서너는 암울함과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삶의 흔적에 집중하는 작품에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죠, 저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이 드러내시는 감정적 문체와 그 의도의 카타르시스를 공감하시는 독자분들께는 오히려 자극이나 매력이 되실 지도 모를 일입니다.. 단순히 이 작품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작가님의 작품들의 면면에서 풍겨나는 감정적 극단성을 오히려 작가님의 꾸준한 작품을 집필하는 근간에 있어 아주 중요한 밑거름이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항상 이렇게 부정적인 리뷰를 달곤 하지만 아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가 브릿G에서 가장 많이 찾는 작가님이시라는 걸,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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