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폐쇄공포증이 있는거는 아니지만 꽉막힌 교통체증으로 터널속에서 한참을 머무르게 되면 뭔가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빨리 빠져나가고 싶죠, 머릿속에서 한번 떠오른 이미지는 자꾸만 영화속 장면으로 오버랩되면서 상상하게 됩디다.. 과거에 봤던 스탤론 할배의 데이라잇도 떠오르구요, 하정우의 터널에서의 현실감은 워낙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죠, 그렇게 확장되던 생각이 조그마한 빛이 보여지기 시작하면 안정을 찾습니다.. 조만간 저 빛속으로 나아갈 수 있겠구나,,, 그렇게 어둠을 벗어나 찌지직거리던 라디오 소리 볼륨을 올리는 순간 또다시 나타난 터널 입구, 이런 씨$@#$@, 그렇게 터널은 이중삼중으로 가슴을 옥죄곤 합니다..
일종의 재난과 관련된 이야기는 재미납니다.. 우연히 벌어진 상황에 대처해나가는 인간의 이야기에 저 개인적으로는 항상 즐겁습니다.. 보고 또 보고 자꾸 보고 전형적이지만 맨날 그 이야기가 이 이야기로 주인공만 바뀌더라도 공간과 시간과 인물이 다를진데 재미는 항상 좋습니다.. 물론 찰진 구성과 끈끈한 서스펜스와 스릴이 동반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작품으로 한 여름밤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편 “화촌”은 시작점에서 현실적인 한 남자가 재수없이 맞닥드린 우연한 재난에 대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아주 단순한 상황속에 생명을 지켜내고자하는 한 남자의 마늘로 가득찬 냉장고속에 숨기,
남자는 자신이 처한 재난의 공간속에서 자신을 해하는 존재를 들개로 지칭합니다.. 하지만 그 들개의 존재속에 인간의 성대라는 의미를 부여하죠, 그리고 지금 자신이 놓인 죽음의 순간으로 이어진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그에게 불길한 이름으로 불리워진 휴게소 “화촌”으로 말이죠, 구대리라 불리우는 나라는 인물은 중소 토목회사에서 근무하며 죽어라 일하다 3년만에 연차휴가를 쓴 첫날에 후배의 전화로 휴가를 망칩니다.. 지방의 한 화가산이라 불리우는 산에 박힌 쇠막대(아무래도 이 부분에서는 과거 일본 식민지화의 쪽바리놈들이 우리나라의 기운과 정기를 막기 위해 같잖은 쇠막대를 나라 곳곳의 유명한 산에 박아 놓은 것)를 제거하는 일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가게 된거죠, 하지만 이 주인공은 아주 현실적이라는 설정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회사의 직원으로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은 스스로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이죠, 그렇게 휴가 첫날 구대리는 밤 늦게 화가산으로 향합니다.. 그가 가는 길에는 산을 뚫고 가는 험한 지형의 터널이 수없이 이어진 곳이죠, 그리고 문제의 화촌휴게소를 지나 터널속으로 들어선 찰나 터널을 역주행하며 달려오는 차를 만나고 그 이유를 조금 지나 알게되죠, 터널이 무너져 막혀버린 상황에서 그 역시 차를 돌려 휴게소로 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나온 터널 역시 막혀버린 상황을 알게되죠, 이렇게 화촌 휴게소에 모인 이들은 세상과 단절됩니다.. 언제나 세상과의 단절은 재난의 시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상황이 벌어지기까지의 예상으로 재난속에서 모인 인간군상이 벌이는 참혹한 이기적 욕망이 중심이 될 줄 알았습니다.. 살아남기위해 그들이 스스로를 지키거나 생존하기 위해 벌이는 참혹한 살육정도, 하지만 제 예상은 금새 빗나가버리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출현과 함께 이야기는 종말론적 상황의 좀비물로 변신합니다..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전 좀비물 매니아니까요, 초반의 들개로 지칭한 존재들은 휴게소에 갇힌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죠, 또 여기까지는 어느정도 좀비물의 전형적인 구성과 상황의 연결로 흔하게 마주하는 장면들이죠, 아, 이 작품도 그럭저럭 흔한 좀비적 특성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구나, 하지만 그 상황적 참혹함이 발생하기까지와 그 과정을 보여주는 이미지와 표현은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담백합니다.. 몇 되지않는 인물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쏟아내는 상황적 혼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봐도 될 듯 싶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감성으로 독자들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죠, 특히나 날이 밝고 벌어지는 상황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반전과 현실성이 두드러진 멋진 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중반부의 상황을 넘어서 후반부의 결론부로 이어지는 연결은 앞선 모든 구성적 즐거움과 표현적 매력을 다 잡아먹어 버렸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상상적 세계관속의 상황의 설정은 개인적으로 이해되지도 그려지지도 않았습니다..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고나 할까요, 뜬금없는 반전의 상황의 역변은 작품의 모든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의 맥을 끊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작가님의 의도는 좋았습니다.. 언젠가 제가 읽었던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작품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설정과 결론적 반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복선이나 암시 또한 상황적 연결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 작품의 중간중간 이어진 부분을 어느정도 독자들이 인지하고 있었어야하는데 전혀 몰랐고 그런 제가 멍청한 느낌이 들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확인해봐도 저로서는 왜 그런 상황이 펼쳐졌는 지 모르겠더군요,
전 전형적이고 일반적이고 흔한 이야기지만 대중적인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작품의 내용에 만족합니다.. 오히려 작가님의 문장력을 생각할 때 작품의 상황적 몰입감을 주던 중간부의 좀비와의 대치와 생존의 방법론에 대한 현실감 넘치는 표현의 이미지에 조금 더 집중해주었다면 한여름의 더위를 잠시나마 집중해서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좀 들구요, 만약 후반부의 반전적 상황의 의도를 애초부터 고민을 하셨다면 약간의 퇴고를 거쳐서 초반이나 시작점에서부터 어느정도의 마지막의 결론을 의도한 암시나 기미나 조짐이나 낌새라도 군데군데 배치해놓으셨다면 정말멋진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해놓으셨는데 제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제 멍청함까지 고려하시지 못한 작가님의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오해는 마시구요, 솔직히 이런 작품 좋아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단 한작품만으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성향상 인물이나 주변적 상황의 표현이나 현실감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장력으로 제가 처음에 말씀드린 인간군상들의 잔인하고 극악한 참혹한 상황적 스릴러의 자극성을 담보로한 스릴러소설을 한번 집필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즐거운 독서였구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선보여주시고 다음 작품들도 기다려보겠습니다.. 건필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