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한 생명은 왜 죽어야 했나, 정답이 돌아올 리 없는 질문을 던지다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분리수거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17년 3월, 조회 131

<분리수거>는 작품 속의 주인공이 누나가 몰래 출산해서 죽인 아기 시체를 버리려고 온 동네를 쏘다니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구조나 내용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은 현실은 잔혹하고도 묵직하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아기를 직접 죽인 여자의 시점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여자의 범죄를 방조하고 아기 시체를 유기하게 된 남동생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아기 시체를 들고 이 동네 저 동네를 쏘다니며 시체를 유기한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들킬 것 같다는 불안함과 아기가 살아있는 것만 같은 환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시체를 분리수거하는 곳은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으며 선뜻 시체를 버리지 못한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설령 이미 숨이 끊어져 있다 하더라도 한 생명이 지니는 무게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은 그가 들고다니며 내내 묵직하다고 생각했던 아기 시체가 든 검은 봉지가, 경비원의 손에 넘겨져 가볍다고 여겨지는 장면이다. 비록 착각이라 해도 그는 생명의 무게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구대 경찰과 마주쳤을 때도 신고할까 하는 충동이 생겼었다. 끝내 두려워 어영부영 다른 사람 손에 넘겨 시체 유기를 하고 말지만.

 

아쉬운 점은 문장이 거칠다는 점이다. 어색한 표현, 비문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지고 흡인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 쓸데없는 수식어가 많아서 긴 문장을 짧은 문장들로 바꾸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긴 문장이 주는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있기는 하나, 이미 작품 속에서 다루는 주제와 소재만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

작품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 세상에는 무죄하지만 죽어나가는 생명들이 무수히 많다. 이 작품에서처럼 어리고 철없는 시절에 저지른 실수로 세상의 빛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죽임을 당하는 어린 생명이 있는가 하면, 이데올로기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전쟁 등으로 죽어나가는 생명들도 있다. 그저 돈이 없어서, 먹을 것이 없어서, 약이 없어서, 단순한 결핍의 이유로 죽는 생명도 많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왜 무죄한 생명들이 죽어나가는 것일까.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이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답을 내놓았을 것이다. 정치인이 문제라든가, 불평등의 문제라든가, 윤리 의식의 부재라든가 하는 수많은 답을. 그러나 이 중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

글이란 참 그런 존재다. 정답이 돌아올 리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없을지라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결코 그런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무죄한 생명이 죽지 않아야 마땅하다는 것을.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죄를, 또는 양심을 검은 봉지에 싸들고 깜깜한 밤 같은 이 시대에 방황하는 것이다. <분리수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