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쿠소게 마니아 (작가: 위래, 작품정보)
리뷰어: 천가을, 17년 3월, 조회 202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이리저리 움직이는 장애물을 피해 목표지점까지 도달해야 하는 게임인데, 난이도가 너무 극악이라 조금만 실수해도 장애물에 부딪히고 “이런 젠장!”을 외치게 됩니다. 매우 간단한 게임인 만큼 매 시도가 1분 이상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느새 몰입해 게임을 하다보면 1시간 동안 컴퓨터를 붙들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죠.

“쿠소게”란 일본어로 쓰레기를 뜻하는 쿠소와 게임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말하자면 “쓰레기 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픽이 너무 구리거나, 시나리오에 개연성이 전혀 없거나, 난이도가 정신 나갔거나 등등 게임의 여러 요소가 엉망이라 하라고 만든 건지 의심스러운 그런 게임을 말하죠. 이 단편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도 마치 쿠소게 같습니다. 비행기가 학교 위에 추락하기 전 약 1분을 수없이 반복하는 주인공. 자유도는 무책임할 정도로 굉장한데 난이도는 극악스럽죠. 이렇게 된 이유는 전혀 모르겠고, 시간은 촉박한데다가 공략 방법은 감도 잡히지도 않아요. 심지어 도중 포기도 불가능합니다. 주인공은 1분 간격으로 죽고 살아나기를 계속 반복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져버려요.
결국, 수없이 1분이란 시간을 반복한 결과 소년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합니다. 자신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도전한 결과, 그는 마침내 1초의 낭비도 없이 학교 옥상 위에서 밧줄을 이용해 탈출해내는 방법을 성공시켜요.

이전까지 봤던, 사망으로 회귀하는 타임리프물은 반복되는 죽음에 주인공이 절망했습니다. 더는 죽기 싫다며, 이유 모를 자신의 타임리프 능력을 원망해요. 아마 주인공 소년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절망할 시간마저 그에게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요. 하지만 이 소설은 보통 타임리프물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그런 식으로 마음이 침식당하는 과정을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 점점 이 상황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소년의 모습이 보여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공략법을 떠올리고, 새로운 스테이지에 도전해요. 그런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읽어본 타임리프 소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요.)

또 하나 좋았던 건, 글이 뻑뻑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혔다는 점입니다. 마치 상황이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떠올라 금방 몰입하게 돼요. 학교가 무너져내리는 모습, 그리고 다시 한시 이십삼분으로 전환되는 그 장면까지 머릿속에서 슉슉 지나가서 너무 좋았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아쉬운 점이라면, 글쎄요, 이렇게 타임리프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결국 밝혀지지 않은 점? 하지만 전 그런 부분에 대한 구질구질한 설명 없이 보여줄 장면만 보여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 그리고 상황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문체는 이 단편 소설에 담백한 매력을 줍니다. 담백하면서도 여운은 오래 가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글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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