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공포영화계를 강타했던 페이크다큐는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장르였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최근 ‘곤지암’같은 영화가 개봉하여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결국 중요한 건 퀄리티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로만 가능할 것 같던 페이크다큐 스타일을 활자로 옮겨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페이크다큐의 특징인 사실과 허구사이의 묘한 간극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작가님의 솜씨덕분인지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놀이공원에 가면 아이의 손을 절대 놓지못할 것 같은(사실 이 리뷰를 쓰고있는 다음날 @@랜드 방문이 예정되어 있답니다…) 찝찝한 기분을 남기는 이 이야기는 일단 도입부에서 독자의 눈을 잡아끄는 힘이 매우 강합니다.
십년동안 한해도 거르지않고 아이가 실종되고 있는 oo랜드.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이런 끔찍한 사건이 경찰에서도 언론에서도 이슈가 되지않은 것을 궁금하게 생각한 세 젊은이가 조사를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단순한 유괴사건이 아니라는 묘한 감이 들기 시작할 때 등장하는 새빨간 곰 한마리.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않은 작은 곰인형의 범행을 추적하다보니 놀이공원의 묘한 구조와 설계에 참여했던 수상한 인물에 대한 발견까지.. 비현실적인 무언가가 가득한 놀이공원에 설립자의 태도 또한 수상하지만 무엇하나 손에 잡히는 건 없습니다.
과거 이 사건을 추적하다 실종된 학생들의 발자취를 따라 놀이공원에 발을 들인 세 젊은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 작품은 초반부부터 결말에 이르는 순간까지 독자들의 눈을 지속적으로 잡아두는 힘이 탁월합니다.
그리 빠른 전개나 섬뜩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몰입도를 잃지 않는 건 정확히 있어야 할 곳에 과자 조각을 하나씩 떨어뜨려두신 작가님의 센스와 적절한 시점에 국면전환이 되어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스토리전개의 치밀함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중반부터 갑자기 오컬트적인 분위기로 흐르면서도 글 전체의 긴장감을 깨지않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보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결말로 가는 과정입니다.
결말자체는 제가 보기에 훌륭하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호러소설의 재미를 유감없이 보여주셨으나, 그 충격적인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약간 뜬금없다고 할까, 뭔가 급하게 정리가 되어버린 듯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인 브라이언 드 팔머감독의 작품들을 보면 잔잔하게 시작해서 서서히 긴장감을 더해가는 기술이 일품입니다. ‘Reddy Bear’의 경우도 그런 스타일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부분에서 쌓였던 긴장감을 어떻게 폭발시키는가가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드 팔머감독의 작품 ‘캐리’를 보면 조심스럽게 쌓은 블럭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듯 쌓였던 긴장을 폭발시키는 감독의 능력이 잘 드러나있지요.
작가님도 그에 뒤지지않는 멋진 솜씨를 이 작품에서 보여주셨는데, 결말부에서 공원의 비밀을 발견하는 부분이 글에서 쌓아올린 블럭을 애매하게 무너뜨린 탓에 더 후련하고 짜릿한 공포를 남길 수 있는 조각 몇개를 다 부수지 못하고 남겨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호불호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느낀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다시 생각하게 될 정도는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힙니다.
이 작품의 결말은 브라이언 드 팔머의 스릴러보다는 ‘블레어윗치’나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가깝습니다.
읽고 난 후 머리를 떠나지않는 새빨간 곰의 이미지는 ‘블레어윗치’를 본 후 대체 마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추측할 때와 비슷한 색감이 확실한 공포를 남길 것입니다.
제게는 이놈의 곰탱이가 애나벨이나 페니와이즈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구체화되어버려서 끈적한 여름밤이 더욱 길어질 것 같습니다. (과격한 표현 죄송합니다. 지금 제 기분이 그렇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