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목숨과 맞바꾸는 보상,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신인류의 아레나 (작가: 최의택, 작품정보)
리뷰어: Ello, 17년 3월, 조회 80

연재 중인 작품에 리뷰를 쓰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리뷰는 이미 완결이 되어 책으로 나온 작품을 대상으로 했었기에 큰 부담감이 없었는데, 이 작품을 대상으로 쓰려니 ‘혹시 내 리뷰가 앞으로 글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려나?’ 하는 절반의 기대감과 절반의 걱정으로 시작합니다. 확실히 연재 중인 작품의 리뷰를 쓰긴 어려운 것이었군요.

게다가 제 리뷰에 영향을 끼치게 될까봐 다른 분의 리뷰를 미리 읽지 않는 습관이 있습니다. 혹시 내용이 겹치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10화정도까지 정신없이 읽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재미있는데 왜 단문응원이 없죠?라고 문의 비슷하게 응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곱씹다보니 이유를 알 것도 같지만요.

일단은 설정이 너무 낯익지 않나 하는 것인데요. 클리셰가 작품의 일정 수준의 질을 보장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교육 열풍이 과도하게 자리잡은 한국에서는 정말 지나치게 많이 쓰이는 설정입니다. 천재, 영재로 불리는 형제들과 비교당하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을 무시하는 어머니(혹은 부모님) 게다가 전교 1등이 죽마고우라.. 주인공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게 더 이상하지 않을만큼 언제나 열등감 속에 살고, 문제집을 씹어먹으려고 드는 성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은 좋지만 “아 또 그 얘기인가?” 라고 느끼지 않을 무언가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5화 작가의 말을 보면 ‘지금 다시 읽어보니 분명 화끈하게 반사회적이네요.’라고 적혀있는데 제 경우에는 이 말 때문에 주인공과 한층 거리를 더 두게 됐습니다. 도경의 시선을 따라걷다가 저 애가 무척 반사회적인 아이구나 싶어서, 감정이입을 하지 말아야지 아니면 나도 반사회적인 인간이 되는거니까 하고 정신을 차리려 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현상일 뿐이고 호불호까지 갈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는 도경이 성격이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거든요. 꼬인 심보를 가진 분노와 열등감 이외에는 결핍된 사람같아 보였는데 반사회적이라고 느끼게 만들어놓은 장치구나 싶었습니다.

확실히 주인공은 꼬인 심보를 가진 사람인건 맞습니다. 폭력적인 현장 속에 놓인 친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거나, 맞고 있는 친구를 보고도 구해야된다는 긴장감이나 도망가고 싶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한다거나.  그렇게까지 해놓고도 자신이 그 친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더러운 느낌’이라고 느낀다거나.

그렇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반사회적 인격장애까지는 아닌 것 같고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나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죄책감을 너무 쉽게 털어내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6월 모의고사 시험지. 그건 자신이 올림푸스에서 인정받기 위해 아주 짧은 시간동안 머리를 굴려 한 대답에 대한 보상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목숨의 댓가이기도 했죠. 개인적으로 저는 도경이 그 USB를 열기 전에 깊은 고뇌를 하길 원했어요. 아주 오랫동안 치열하게 고민하고 너무 무거워서 들 수가 없길 바랐죠.

도경이는 왜 담임이라고 대답했을까요?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다들 담임이 치가 떨리도록 싫고 내일은 저 얼굴 좀 안봤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었을거예요. 아닌가요? 그럼 제가 반사회적 인간이 되는건데요…… (잠시 걱정) 도경이는 담임이 낸 수학문제 때문에 전교 1등을 할 수 없었고 우연히 그 순간이 맞아 떨어져 담임을 아레나 대상으로 지목하게 됐지만. 하지만 글쎄요. 만약 담임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지 않았다면? 그럼 어떻게 됐을까요? 만약 담임이 문학이나 지리였다면? 그 과목에서는 만점을 받았다면 도경은 그래도 담임을 선택했을까요?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서 저는 그래서 다음편이 기대되기는 합니다. 도경의 첫번째 아레나는 저에게는 충격적이지 않았어요. 도경의 반사회적인 기질로 주변 사람을 죄다 아레나로 몰아 넣어서 죽인다면 조금은 충격을 받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보단 최류가 주식을 가지고 노는 상황이 더 매력적이고 저거야말로 상류층이 할 법한 일이지 싶었어요.

최류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최류가 등장 인물 중에 가장 개성있어서 주인공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최류와 이범휼을 제외하고 다른 인물들은 밋밋하고 평면적이라 왜 올림푸스의 회원인가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연재 중인 작품이니 아마도 앞으로 활약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혜진이 바꾸어놓기 전의 올림푸스는 어땠는지도 궁금하고요.

짧은 문장을 주로 활용해서 작품의 긴박감을 주고 있긴 하지만 호흡이 너무 짧아서 툭툭 던지는 느낌이 있어요. 예를 들어 “그때였다. 괴성이 들렸다. 나는 놀라서 몸을 웅크렸다. 소리는 계속됐다. 사람 소리였다.” 의 경우 “그 때 괴성이 들렸다. 나는 놀라서 몸을 웅크렸고 소리는 계속됐다. 사람 소리였다.” 여도 괜찮을 것 같아요. 1화의 문장이 더 그런 편인데 일부러 도경이 그만큼 긴장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하네요.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갈까요?

도경이 혜진이 처럼 변해갈까요? 보상을 얻었으니까 됐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에 맞는 방식으로 자살을 유도하게 될까요? 도경이 조금만 더 착해진다면, 혹은 조금만 더 나빠진다면 도경이 몸담고 있는 그곳의 성격은 또 어떻게 변해갈까요? 혹시, 도경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누군가를 죽이는데 일조했지만 내가 직접 죽인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의 죽음으로써 나는 무엇이건 원하는 것을 얻게된다면?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할까요?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