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덥습니다. 내가 지금 바닷속에 있는 것인지 땅을 밟고 걷는 것인지 구분가지 않을 정도의 높은 습도는 불쾌지수를 높여주기 바쁘죠. 차라리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쨍한 햇볕만 어떻게 해결되면 좋을텐데… 앞으로도 이런 더위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 암담하기만 합니다.
이럴 때면 저는 저희 학교 뒷편의 고양이를 떠올립니다. 그 어떤 주인도 두지 않은 고양이는 학교 뒷편을 지나다니는(고양이들의 행동 루트인 학교 뒷편에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학생들이 사주는 캔 사료를 먹으며 허기를 연명하곤 합니다. 어정쩡한 냉기가 흐르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우리 또래일지, 아니면 더 나이가 많을지 모르는 직원에게 값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캔을 구입합니다. 그 다음 편의점 옆에 캔을 두고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고양이들은 배를 채우러 다가오죠. 주변이 담배 꽁초로 가득 찼어도 고양이들이 앉아있는 곳은 깨끗한 모순적인 광경은 흔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지금이 방학 시즌이라 제대로 식사를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잘 지내고 있는지 문득 걱정이 들었습니다.
‘한여름밤의 편의점’은 정말로 일상적인(?) 풍경을 다룹니다. 직원은 외모 평가에 열을 올리는 점장을 까며 습한 편의점 안에서 더위에 반쯤 절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길을 지나가던 이상한 사람을 발견하고 따라갑니다. 그런데 문득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직원은 급히 그를 저지한 후 고양이들을 데려옵니다. 고양이들은 직원이 제공한 먹이를 먹습니다. 직원은 여전히 더위에 시달립니다. 습한 날씨에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날이 더우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날씨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죠. 불쾌지수가 올라갈 수록 사소한 언행에도 불편함이 커지고 심한 경우에는 칼부림도 난다고 합니다. 사실 그러한 이유로 더울 때는 에어컨을 틀고 방 안에 박혀있는 것이 최고의 휴가라는 것이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그 불쾌함을 유발하는 이유를 없애는 것이 맞는 것이겠죠. 고양이는 잘못이 없습니다. 사실 귀여운 생명체는 잘못이 없어요 오히려 피해자의 입장이죠. 길고양이의 특성 상 제대로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다면 굶어죽을 확률도 높을 테니까요. 직원은 앞서 이야기한 ‘캔사료를 주는 학생들’과 같은 입장일 뿐입니다. 혼돈과 혼란의 카오스 같은 글에서 제가 도출할 수 있는 의견은 그렇습니다. 역시 날이 더울 때는 방해하는 사람 없는 곳에서 귀여운 것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쐬는 것이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