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구나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창조와 비밀 (작가: 유기농볼셰비키,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9년 8월, 조회 137

그랬구나…. 세상이 이토록 찬란하게 엿 같은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지구가 대학 조별 과제였다니, 특히 인간은 그 과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트롤러의 병크였다니.

하기야, 잘 생각해보면 인간이 진화론, 창조론 상관없이 지구에 있어 오점이나 다름없음은 금방 알 수 있다. 역사를 거듭할수록, 인구수가 늘어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선되는 것보다는 최악의 바닥을 갱신하는 것들의 특이점들만 쌓여가고 있지 않은가. 인권 개념이 발전하는가 하면 우후죽순 인종청소가 행해지고, 동물윤리가 조명되면 멸종 리스트가 제곱의 제곱으로 불어나고, 환경론이 급부상하지만 이제 온난화와 기후 재앙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지 않는가 말이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우치는 게 아니라 하나를 잘하면 열을 망치니 참으로 도통한 악덕이오, 신묘한 죄업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에서처럼 유치원생이 만든 게 아니라 대학원생들이 만들었다니 약간은 상향조정된 평가인가? …아니다, 더 나빠졌구나….

인간의 이성과 문명의 젠틀함을 신봉하던 시대는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그 믿음이 신화에 불과함을 깨달으면서 서서히 막을 내렸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 전쟁은 아주 쐐기를 밖은 격이었고. 서구 세계에서 이미 참정권을 얻고도 사회와 가정에서 여전히 부수적 존재였던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진출에 박차를 가한 계기 역시 신화의 몰락과 함께 노동력이 부족해진 결과라 하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가부장제의 신성과 인간 자신에 대한 신화는 철저한 동업자였던 셈이다. 이 소설은 개그 속에 총을 숨기고 이 부분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다.

창조론, 혹은 지적 설계론의 기저에는 인간 자신에 대한 우월감을 신성으로 완성하고자 하는 욕망이 깔려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이미 손에 넣어서가 아니라 충족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열망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 주인공의 행동 동기가 아버지와의 불화였음이 나오는 데 아버지란 곧 신GOD에의 동의이음어로 확장된다. 신이 우릴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내내 생각하면서도 외면해 온 그 처연한 트라우마는 반사회적 야망으로 튕겨져 나오고야 만다. 그 과정의 첫 번째가 집단을 만들어 지배함으로써 권위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많은 종교와 가부장제가 서로 권위라는 억압적 장치로 끈끈히 붙어있음을 생각해보자.

시궁창 현실에서 평생 확인해볼 도리 없는 신의 사랑을 얻는답시고 아들을 억압하고 그 아들이 이성과 다른 인종 및 타 종교인과 성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악순환을 보며 창조주는 얼마나 복장이 터졌을까. 읽다 보면 지구에 예정된 운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피조물에 대한 창조주의 사랑이 그 우월감에 대한 근거라면 또 다른 창조론을 가져와 그걸 베베 틀어버림으로써 돌려 까는 이 위트는 몸에 안좋은 걸 알면서도 자꾸만 입에 땡기는 정크푸드와 같은 맛을 지녔다. 그러고 보니 육식성 창조주라… 그렇다면 탄수화물보다도 단백질과 지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한국식 치킨이 더 입에 맞을 터.

이제사 끓는 기름을 통해 부활하신 거룩한 치느님이 어떻게 인류의 죄를 사해주셨는지를 제가 깨닫게 되었나이다. 치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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