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사로잡는 초반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스릴러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반복되는 13일의 금요일 (작가: 수필마녀, 작품정보)
리뷰어: 알렉산더, 17년 3월, 조회 78

안녕하세요, 연재작에 대해서 리뷰를 쓰는 건 처음이네요. 다른 분의 리뷰를 읽은 후 좀 더 관심이 생겨, 정주행하는 데 성공하고 이렇게 리뷰를 작성해 드립니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읽으면서 다소 부자연스럽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리뷰를 통해 이 부분을 작가님께 말씀 드리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서 좀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쓴맛 나는 글을 올립니다.

우선, 앞부분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초반부의 인상은 강렬하고,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궁금증 투성이입니다. 선생이라는 사람이 왜 제자를 죽였는가? 그리고 제자의 형인 나는 왜 죽였을까? 이 일상 속에 침투한 비일상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하죠. 게다가 살려야 할 희생자인 동생이 가해자 선생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는 점도 긴장감을 극대화시킵니다. 아쉽게도 이 긴장감은 대결 구도가 선생과 주인공의 1대1 대결로 변화하면서 사라져 버립니다.

그럼 이제 귀에 쓴 말씀들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아래에서 느낀 의문들 중 몇 개는 제가 작품을 꼼꼼히 읽지 못해 오해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작품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작가님 나름대로의 답변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쪽지든 공지 게시판이든 단문응원이든 이용하셔서 제게 답변을 주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저 자신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실수를 저도 모르게 많이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르며,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적을 받고 싶습니다. 그 때문에 더더욱 제가 발견한 부분을 작가님께 알려드리고 싶은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제대로 탈고되지 않은 작품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예를 들면 면도가 덜 된 것 같달까요.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작가님도 어떤 뜻인지 모르실테니, 제가 그런 느낌을 받은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잦은 반복

문장 내, 혹은 문단 내에서 불필요한 반복이 눈에 많이 밟힙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쳐도 다소 과합니다. 몇가지 예를 보여드릴게요. 아래는 모두 본문에서 가져온 문장들입니다.

아니, 오히려 감각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검게 물든 손톱을 달고 있는 손가락에는 감각이 없는 상태였다.

‘감각이 없다’는 표현을 ‘감각이 없다’는 표현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앞쪽을 ‘손가락 자체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정도로 고쳐서 반복을 피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손톱을 살폈는데 깜짝 놀라했다. 범인이 얼마나 놀랐는지 미처 감정을 숨기지 못한 침음성도 흘러나왔다.

범인은 의사의 오타인 같은데, 아무튼 여기서도 ‘놀랐다’는 서술이 불필요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범인이 얼마나 놀랐는지’를 지워 보세요. 내용 설명에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사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분명’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와 같이 손톱이 검게 물들었다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의사에게는 환자 비밀보호 의무가 있다는 것이 그의 핑계였다.

그는 나에게 겁을 먹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와 같은 상황에 빠졌을 것이 분명한 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손톱이 검게 물든 사람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내가 들어간 병원은 바로 옆동네에 위치한 곳이였지만, 제법 번화가였다. 그러니 동네 사람들만 진료를 보리라는 보장은 없다. 역시도 옆동네에서 병원까지 가게 아닌가. 환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주위에 살고 있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중간 생략)

동네에 있는 사람이 나와 같은 상황을 겪는다고 해도 사람을 찾을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건만, 하필이면 이곳은 번화가였다. 다른 동네 사람들이 얼마든지 이곳에 방문해 병원진료를 받을 있을 것이였다.

병원이 번화가에 있어 다른 동네 사람들도 방문할 수 있다는 정보가 반복되어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래, 엄청 유서깊은 집안이지.”

범인의 집안에 대해 유서깊은 집안이라고 설명한 선생은 많은 정보를 내놓았다.

굳이 지문에서 반복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은 대사가 지문보다 더 생생하게 읽히지요. 대사 쪽은 ‘보여주기’고, 지문은 ‘설명하기’ 니까요.

2. 전개 상 불필요한 부분

전개 상 불필요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해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상담받는 부분의 대화 대부분은 불필요해 보입니다. 의사에게 화내는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경에 손상이 갔을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첫 상담 때 했습니다. 굳이 돌아와서 화를 낸 다음 추가적으로 얻은 정보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적당히 생략된 대화와, 마지막에 ‘이런 증상이 요새 많다’는 의사의 혼잣말같은 대사로 장면을 마무리했어도 되었을 것 같네요. 

3. 불안정한 캐릭터와 인위적인 전개.

4번째 13일에서 주인공의 선택에 의아함을 느꼈는데요. 선생이 대단한 힘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문이 잠겨 있는 집안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동생이 집에 왔을 때 가장 승률이 높은 최선의 선택은, 아무래도 친구들과 동생들이 똘똘 뭉쳐 집 안에서 농성하는 것일 것입니다. 굳이 친구들을 다 돌려보내고 도피를 택하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18화에서는 OO가 나를 죽인 건지 범인이 나를 죽인 건지 확신하지 못하였지만, 21화에서는 확실한 증거가 추가된 것도 아닌데 ‘어제 나를 죽인 것은 OO였다. 범인이 아니라’ 라고 단정해 버립니다. 왜 주인공은 그렇게 단정지었지요?

22화에는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하루를 반복하는데 다른 이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을 모르지만 그녀의 행동이 조금씩은 이해가 간다. 나는 겨우 너댓번으로도 미칠 같았다.

주인공이 4번의 반복으로 미칠 같은 이유는 그녀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지 반복되는 세상에 혼자 갇혔다는 외로움 때문이 아닙니다. 주인공이 범인의 심정을 이해한 것은 다소 비약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같은 화에 나오는 범인과 주인공의 대화 내용도 다소 이상한데요, 주인공 말대로, 전화 중에 수업이 없다는 범인이 한창 시험 중일 제자들과 함께 있는 상황도 어색하지만, 한층 더 이질감을 느낀 부분은 범인은 전화로 아래와 같이 말했을 때 였습니다.

거절할 없어. 너는 동생에게서 나를 떨어뜨려놓고 싶은 거잖아. 더불어서 아지트에 오고 싶지 않을 테고.’

제자들이 애인이냐고 달려들며 묻는 와중에 저런 대사라니요. 그런데 제자들은 저런 얘기를 듣고도 별 말이 없다가, 잠시 후 또 데이트냐고 아우성을 칩니다. 제자들이 못 듣게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거나 하는 묘사가 중간에 있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이질감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왜 제자들은 저런 말을 하는 선생에 대해 아무 의문도 가지지 않을까요?

한편, 24화에서 주인공은 약속 장소인 OO동을 두고 학교로 향하면서 아래와 같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선회해 대한 과학고에 이유는 간단했다. 13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반복되는 13일에 대해 주인공은 확실하게 알아낸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과학고에 가서 13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는다고 하니, 전개가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좀 더 과장하자면 ‘이야기 흐름 학교에 가야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별 이유 없이 그냥 갔다’고 받아들이게  듭니다. 그리고 독자가 이것을 느끼는 순간, 감정이입은 깨져버리게 되죠.

그리고 수학 준비실을 찾아간 선생님을 만나고, 짧은 대화 그는 느닷없이이래서 내가 이런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라고 말실수를 합니다. 그러더니 다시 뒤늦게 학생의 존재를 깨닫고 주인공에게 위축되어 휘둘립니다. 말을 학생 앞에서 정도의 캐릭터라면 정도 넋두리는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고그런 말을 학생들 앞에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라면 애초에 학생 앞에서 조심을 했어야 정상입니다. 이러한 대화가 성립하려면 수학 선생의 태도는 이중인격이거나, 아니면 방금 학생과 대화해 놓고 그 존재를 깜빡해버리는 붕어 기억력이어야 합니다.

25화에서는 수학 선생의 이상함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교직 사회는 몹시 폐쇄적인 곳이었다. 그리고 세상은 넓은 같아도 좁았다. 만일 내가 신고를 했고, 원인이 앞에 있는 선생이라고 한다면 선생의 직업은 유지될 없을 거였다.

학생이 교육청에 신고를 해서, 선생에게 무언가 영향을 끼치려면 단순한 진술만으로는 아무래도 어렵고 그에 걸맞는 확고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증거도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대화 내용을 보면 수학 선생이 이렇게 크게 당황하여 정보를 줄줄 흘릴 만한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기껏해야 말실수를 물고 늘어지는 정도였죠. 그것으로 이렇게까지 정신적으로 항복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협박은 좀 쌩뚱맞지만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거기서는 마음 속을 읽을 수 있는 마녀가 한 남성을 조종하기 위해 그의 양다리를 미끼로 협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렇게 상대의 확실한 약점을 붙들고 하는 협박은 통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저 일 하기 싫다는 넋두리를 가지고 협박을 하고, 그것이 통한다는 것은 스릴러 치고는 맥이 빠집니다.

이번에는 27화를 보겠습니다. 주인공이 약속 장소를 정해두고 학교로 몰래 찾아온 상황에서,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약속을 어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이렇게 말합니다. (대가의 맞춤법이 틀린 부분은 넘어갑시다)

“그 댓가로 내가 원하는 하나 정도는 들어줄 있겠군.”

그리고 범인은 동의합니다. 어째서요? 범인은 주인공의 말에 동의하나요? 주인공의 논리대로라면 범인도 약속을 어기지 않은 마찬가지인데, 주인공의 말을 들어주어야 하지요? ‘ 댓가, 무엇을 받은 것에 대한 대가지요? 게다가 주인공은 범인의 공간에 무단침입까지 상황입니다. 범인이 갑자기 술술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이상합니다.

30화에서는 폭력적으로 변해 가던 주인공이, 갑자기 아래와 같이 생각합니다.

무단침입을 것은 동생의 학교만으로도 충분했다. 없이 민망한 일이기도 했다.

어차피 리셋되는데, 목적을 위해선 민망함 정도야 얼마든지 무릅쓸 있지 않을까 싶네요. 더군다나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에 대한 힌트를 위해 자기 목숨도 끊은 주인공인데요. 갑자기 왜 이렇게 소심해졌을까 싶어집니다.

4. 과한 표현

일부 표현을 보면, 작가님의 묘사는 다소 정제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극단적인 표현을 구사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너무 남용되면 독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2화에서 주인공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절대 잊을 없는 목소리라고 하는데, 범인의 목소리라면 몰라도 엑스트라의 목소리까지 잊을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한 것 같습니다.

32화에서 주인공은 길을 걸으면서 몸이 속절없이 흔들렸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경멸 어린시선을 감내해야 했는데요. 몸이 흔들린다고 해서 행인들이 의아하게 수는 있어도경멸 어린시선을 던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화에서 동생은 주인공에 의해 손을 주머니에서 빼내지며 ‘단말마 비명을 지릅니다. 단말마는 목숨을 잃을 때의 고통을 이르는 말이기에, 이 상황에서 단말마의 비명까지 지르는 다소 과한 느낌입니다.

5. 의문점

처음에는 13일의 금요일에 모의고사가 있었다고 했는데, 6화에서는 그냥 오전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28화에서는 다시 시험이 언급됩니다. 모의고사는 하루종일 보는 것이니, 모의고사가 있었다면 오전 수업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초반에 동생의 룸메이트 지훈과의 대화에서 나온 떡밥이 제대로 회수는 않은 것 같아요. 동생은 왜 기숙사에 들어오지 않고 외박을 했을까요? 범인은 왜 전날 동생더러 수업 끝나고 남으라고 했을까요? 모범생이라고 설정된 동생의 일탈이 아무 것도 아닐 수는 없을 것입니다. 좀 더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6. 오타

오탈자야 누구든지 낼 수 있지요. 그래도 글을 읽으면서 눈에 띄었던 몇 가지만 쓰겠습니다. 보통은 오타가 발생하면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되기 마련인데, 아래 오타들은 둘 다 존재하는 단어여서 기억이 나네요.

유일한 것 -> 유리한

유관으로 -> 육안으로

위해 -> 위에

그랬든 -> 그랬듯

너무 신랄하게 말씀드린 것 같아서 조금 송구한 마음도 있습니다만, 이를 비판을 위해서가 아니고 ‘이 점을 개선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하고 제안 드린 것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스릴러 장르를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타임리프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 덕분에 읽게 되었고, 읽는 동안 이야기가 가진 재미에 빠져들어 정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인과 관계를 구상하고 짜임새 있게 엮어 내기 위해 노력하신 것이 많이 느껴집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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